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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사육 공간 마리당 25~66% 넓어진다…경기도 '가축행복농장' 추진

중앙일보

입력

국내 양계농장은 비좁은 밀식형 케이지(닭장) 사육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육환경이 살충제 계란 사태와 조류인플루엔자(AI)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밀식 사육의 경우 닭 한마리가 A4용지(0.06㎡)보다 작은 0.03~0.04㎡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채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도에서 인증한 '가축행복농장'에서는 산란계의 경우 케이지 크기를 키우거나 사육되는 닭 수를 줄여 닭장 면적을 한 마리당 0.05㎡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 기존 케이지 공간과 비교하면 25~66.6% 늘어나는 셈이다.

경기도, '가축행복농장' 인증·지원 조례 시행규칙 마련 #사육 면적을 넓혀 가축이 생활하는데 문제 없도록 해 #밀식사육 닭은 현재 0.03~0.04㎡에서 0.05㎡ 이상으로 #풀어키우는 암소는 마리당 10㎡, 수퇘지는 6㎡ 이상 면적 확보해야 #가축행복농장 인증 받으면 축사·방역 시설 개보수 비용 등 지원

경기도는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가축행복농장 인증과 지원에 관한 조례의 시행규칙 제정안'을 지난 18일 입법예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1일 '경기도 가축행복농장 인증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에는 건강한 가축 사육 환경 기준이 담겼다. 예컨대 A4용지 반장 크기의 닭장 등 가축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한 축사가 아닌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런 우수한 가축 사육 환경을 갖춘 농장을 '가축행복농장'으로 지정해 축사 개보수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케이지 안에 있는 닭들이 낳은 계란들이 쉴세 없이 이동밸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케이지 안에 있는 닭들이 낳은 계란들이 쉴세 없이 이동밸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좁고 비위생적인 밀집 사육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막기 위해 가축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건강한 가축 사육 환경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인증제를 도입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경기도 가축행복농장 인증 간판 [사진 경기도]

경기도 가축행복농장 인증 간판 [사진 경기도]

이번에 입법 예고한 조례의 시행규칙 제정안에는 가축행복농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인증절차, 사육관리 방법, 지원책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에 따르면 가축행복농장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가축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일어나거나 눕거나 움직이는 등 일상적인 동작을 하는 데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넓은 공간에서 키워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산란계 농장의 경우 닭장 면적이 마리당 0.05㎡ 이상이어야 한다. 가로 66㎝, 세로 67㎝, 높이 80~90㎝의 케이지에서 닭 9마리 이상을 키웠던 농가의 경우 7~8마리 수준으로 줄여야 가축행복농장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바닥에 만든 닭장(평사)의 경우 1㎡당 9마리가 기준이다.

케이지에 닭을 가둬 키우는 양계 농가. [중앙포토]

케이지에 닭을 가둬 키우는 양계 농가. [중앙포토]

소는 축사 내에 자유롭게 풀어서 키우는 방사식은 암소 마리당 10㎡, 비육우 7㎡, 송아지 2.5㎡의 최소 사육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가두어 키우는 계류식은 암소 5㎡, 비육우 7㎡, 송아지 2.5㎡ 이상 사육면적이 필요하다.
돼지는 수퇘지 마리당 6㎡, 임신한 돼지 1.4㎡, 분만 후 수유 중인 돼지 3.9㎡, 새끼 0.2㎡ 이상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시행규칙에는 가축 소유자가 가죽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관리자의 의무를 명시했다. 예방접종 등 건강관리·먹이· 급수·사육환경·소독과 분뇨처리 등의 세부기준도 담았다.
경기도는 오는 10월 이런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이 공포되면 올해 안에 가축행복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이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 씨알농장(동물복지 인증농장)에서 방사유정란 축사를 살펴보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경기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 씨알농장(동물복지 인증농장)에서 방사유정란 축사를 살펴보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경기도]

가축행복농장으로 지정되면 축사와 방역시설 개보수 비용은 물론 내·외부 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장비나 분료 신속처리 시설 등 환경장비 등도 지원받는다. 발정·분만·질병감염 등에 대한 관리시스템도 조성된다. 경기도는 관련 지원사업에 모두 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가축행복농장 인증은 농가가 시·군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1차 확인 후 도 축산정책과에서 현장심사를 거쳐 자문기구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가축이 건강해야 건강한 먹거리 생산이 가능하다"며 "가둬 키우는 것보단 방사식 농장이 더 많이 인증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메추리 사육농가는 물론 육계와 토종닭 사육농가의 살충제 성분 사용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메추리알이나 육계, 토종닭의 안전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39농가에서 500여만마리의 메추리를 사육하며 알 등을 생산하고 있다. 1600여농가에서 3100만마리의 육계(토종닭 포함)를 사육 중이다.

경기도는 이들 농가를 대상으로 다음 주부터 산란계 농장과 마찬가지로 27종의 농약 성분 검사를 할 계획이다. 메추리 농장은 전수 검사를, 육계 사육 농장은 표본 검사를 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육계는 산란계와 달리 좁은 케이지에서 밀집 사육을 하지도 않고 35일 정도 사육 후 출하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소비자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산란계 농장 131곳을 대상으로 에톡사졸 등 미검사 살충제 성분 5종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한 결과에선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충제 계란 논란 이후 도내 258개 산란계 농장 중 친환경 인증 농가인 127곳은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나머지 131곳은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에서 검사를 진행했었다.

전남 보성군의 동물 복지 산란계 농가. [중앙포토]

전남 보성군의 동물 복지 산란계 농가. [중앙포토]

그러나 동물위생시험소에 시약이 없어 에톡사졸과 플루페이녹수론 등 5종의 성분에 대해 검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각 지자체에 추가 검사를 지시했었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에서 13곳, 경기도 자체 검사에서 5곳 등 모두 18곳(11개 시·군)의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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