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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졸아도 버스 스스로 급브레이크…교통안전공단 첨단안전장치 시연회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시험장에 자동비상제동장치(AEBS)를 장착한 버스가 들어왔다. 우편엽서 크기로 외부에 노출된 AEBS는 버스 앞부분 번호판 옆에 달려있었다.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차량 주행속도 등을 고려해 추돌 위험성을 경고하고,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급제동을 거는 장치다.

버스 전면 아래 부분 번호판 옆에 장착된 AEBS. 함종선 기자

버스 전면 아래 부분 번호판 옆에 장착된 AEBS. 함종선 기자

교통안전공단 이구형 연구원은 시속 45㎞로 버스를 운전하다 버스 전방 100m에 스티로폼 등으로 제작된 자동차 모형을 발견하고 눈을 감았다.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버스는 운전자가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는데도 급브레이크가 걸렸고, 자동차 모형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

시속 45㎞로 달리다 전방에 차량 모형 발견하고 급정거 #방향지시등 안켜고 차선 변경하면 운전자에 경고음과 진동 # "안전장치는 추돌 막거나 추돌시 피해 최소화하는 시스템" #버스에 첨단 안전장치 장착하면 사고시 사망자 15~18%줄어 #정부,올 연말까지 수도권 광역버스 3000여대에 경고장치 장착 #위험시 스스로 급정거하는 AEBS는 점진적으로 장착 확대 계획

AEBS의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 기자들이 AEBS가 장착된 버스에 타고 있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AEBS의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 기자들이 AEBS가 장착된 버스에 타고 있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AEBS를 장착한 버스에 이어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전방충돌경고장치(FCWS)를 장착한 버스가 시험장에 들어왔다.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옮기자 삑삑 하는 경고음이 들어왔고, 운전자 좌석도 흔들렸다. 전방에 자동차 모형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LDWS와 FCWS는 버스 운전석 오른쪽 유리창에 설치된 비전 센서가 차선과 전방 물체 등을 감지해 작동한다.

교통안전공단이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버스자동비상제동장치(AEBS)를 테스트 하고 있다. AEBS는 앞차와의 거리와 주행속도를 가늠해 추돌 위험성을 경고하고,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급제동을 거는 장치다. [중앙포토]

교통안전공단이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버스자동비상제동장치(AEBS)를 테스트 하고 있다. AEBS는 앞차와의 거리와 주행속도를 가늠해 추돌 위험성을 경고하고, 운전자가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급제동을 거는 장치다. [중앙포토]

교통안전공단 김성섭 부연구위원은 “AEBS등의 첨단 안전장치는 일차적으로 추돌 사고를 막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추돌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줄이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UN과 EU의 연구에 따르면 AEBS와 LDWS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각각 18%, 15%씩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교통안전공단은 이 같은 첨단 안전장치 장착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버스 운전자의 졸음운전으로 지난해 봉평터널 관광버스 추돌사고와 지난달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추돌 사고 등의 대형 참사가 잇따르자 올 연말까지 수도권 광역버스 3000여대에 LDWS와 FCWS를 장착하겠다고 밝혔다. 대당 40만원 정도인 장착비용은 경기도와 인천시가 추경을 편성해서 장착비용의 80% 정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국토부는 대당 500만원 정도인 AEBS의 설치도 확대하기로 했다. 버스 회사가 기존에 운행하던 버스를 폐차하고 새로 버스를 살 때 중고차 대신 새 차를 사면 이 비용의 80% 가량을 지원하고, 이런 버스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도 30% 정도 줄여줄 계획이다. 현재 버스는 9년 운행하면 폐차해야 하고 폐차한 버스 대신 6년 이하 운행한 중고차를 살 수 있게 돼 있다.

국토부 안석환 대중교통과장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6년 뒤에는 모든 고속버스와 광역버스에 AEBS가 설치된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도 지난 6월 ‘첨단안전장치 활성화 TF‘를 구성해 이달 11일 M버스 28대에 LDWS와 FCWS 장착을 지원했고, 다음달까지 모든 M버스에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통안전공단 오영태 이사장은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첨단안전장치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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