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른팔’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경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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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났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최측근 인사인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났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오른팔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경질했다.

북 향한 “군사적 해법은 없다” 발언으로 ‘천기누설’ 논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 # CNN “배넌의 이데올로기가 더는 중심이 아님을 증명” # 배넌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할 듯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ㆍ워싱턴포스트(WP)ㆍCNN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선임 보좌관들에게 배넌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배넌과 존 켈리 비서실장이 배넌의 마지막 날이 되는 데 동의했다”며 “배넌의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익명의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은 배넌이 경질 결정 소식을 듣고 백악관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에 CNN은 “배넌이 자진사퇴와 해임 중 선택을 강요받았다”며 “배넌의 경질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국수주의의 배후로 지목된 백악관 내 가장 논란이 있는 참모의 퇴출을 의미한다. ‘트럼프 세계’에서 배넌의 이데올로기가 더는 중심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켈리 비서실장이 백악관의 드라마틱한 개편을 준비해왔으며 배넌의 경질은 그 일환”이라며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한 배넌의 네거티브 공세와 언론플레이 등에 켈리 실장이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앞서 배넌은 16일 진보성향 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미국에 군사적 해법은 없다. 그건 잊어버려라”는 말을 했다. 또 “중국이 북핵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외교적 딜을 고려해야 한다”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발언 등으로‘천기누설’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인다.

배넌의 발언은 한ㆍ미 동맹의 핵심 요소인 주한미군을 빼는 문제가 더 이상 트럼프 정부에서 ‘금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7일 공동으로 언론기고문을 싣고 “미 정부는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경질하기로 결심했다고 미국 언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CNN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경질하기로 결심했다고 미국 언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 CNN 캡처]

NYT에 따르면 배넌의 측근 인사는 “배넌이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의 여파로 지체됐다”고 말했다.

미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출신의 배넌은 지난해 트럼프 대선캠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경제민족주의자이자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지지자로, 반유대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성향이 있어 비판을 받아왔다. 경질된 배넌은 자신이 설립한 ‘브레이트바트’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배넌의 축출 위기는 올해 4월에도 있었다. 지난 4월 12일 NYTㆍCNN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배넌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려 언제 쫓겨날지를 걱정해야할 처지라고 전했다. 당시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실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과 노선 갈등을 빚으며 백악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고,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갈등으로 NSC 상임 위원에서 밀려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뉴욕포스트와 나눈 인터뷰에서 “나의 전략가는 나 자신”이라고 밝히며 수석 전략가인 배넌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밝혔다. ‘배넌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를 좋아하지만, 배넌이 내 선거 캠프에 매우 늦게 합류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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