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론 한계 … 해외 우량 상품 더 제공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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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윤경은 KB증권 사장은 “고객에게 더 많은 해외 상품을 제공해 자산이 글로벌하게 관리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윤경은 KB증권 사장은 “고객에게 더 많은 해외 상품을 제공해 자산이 글로벌하게 관리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국내 투자만으로는 고객의 욕구를 채울 수 없다. 고객에게 더 많은 해외 상품을 제공해 자산이 글로벌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윤경은 KB증권 사장 인터뷰 #실패 맛본 동남아 시장 재도전 #고객 자산 글로벌하게 관리 노력 #은행·기업투자금융 복합점포 개설 #그룹 시너지 낼 수 있는 게 강점

윤경은(55) KB증권 사장은 현대증권 시절 실패를 맛봤던 동남아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KB증권빌딩에서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 이후를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주안점을 뒀던 것은 우수 인력의 이탈 방지와 우수 인력의 영입이었다. 현대증권이 과거의 명성에 비해서 여러 가지 사건 때문에 업계에서 위상이 떨어졌던 상태였다. KB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그런 부분이 불식됐고 신뢰도도 올라갔다. KB금융도 현대증권이 가지고 있었던 자본시장의 야성이나 투자은행으로서의 진취적인 영업 성향에 대해선 인정했다.”
다른 경쟁 증권사도 합병을 마무리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전 등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인데.
“초대형 IB 진출에서 중요한 것은 조달의 절대 금액보다는 조달된 자금을 수익성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증권사의 역량이다. KB증권의 가장 큰 전략은 그룹 시너지(상승효과)다. 은행과 연계해 기업투자금융(CIB) 복합점포를 개설하고 있다. 대기업 집중적인 사업모델보다는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한다.”
복합점포도 결국 국내 시장의 한계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의 하나다.
“국내 투자에 한정해선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 고객에게 많은 해외 상품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구성)도 글로벌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진출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과거 현대증권 시절에 베트남 사무소를 개설했다가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철수한 아픔이 있다.”
3개 회사에서 최고경영자로 일했다.
“2011년 11월 11일이 제가 첫 CEO로 데뷔한 날이다. 첫 CEO는 솔로몬투자증권이란 중소형사였다. 당시 나는 신한금융투자 트레이딩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때 회사에서 요구했던 CEO의 역할은 관리자가 아닌 선수였다. 당시 직원과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뛰었다. 현장에서 직접 뛰다 보니 쉽게 말하면 선수의 특성을 많이 알게 됐다. 우수 인력을 많이 영입하는 데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금융사 입문 당시 해외 유학파도 아니고 금융 관련 전문가도 아니었다.
“힘들었다. 다른 CEO와 비교를 한다면 ‘SKY 출신’도 아니고 인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 영국계 회사에 입사했다. (윤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를 1988년 졸업했다. 졸업반이던 87년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파생상품을 다루는 회사였다. 지식도 부족했고 준비도 안 돼 있었다. 초기 5년 동안 나는 부진 사원의 대명사였다.”
어려움을 극복하려 어떤 노력을 했나.
“일단 시간을 투자했다. 다른 사람은 오후 6시 퇴근할 때 저는 사무실에 남았다. 새벽까지 남아있을 때도 있었다. 창피한 얘기지만 업무 공부를 했다. 저의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한, 다른 사람을 따라가기 위한 노력이었다. 오랜 기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그들보다 앞서 있다는 걸 알았다.”
늦게까지 오래 일하는 것. 요즘 젊은 세대에게 설득력 있는 조언은 아니다.
“만약에 젊은 사람들이 취업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취업이 된 다음 생활의 풍요로움, 시간의 여유를 갖기 원한다면 그 사람은 인생에서 나름대로 풍요롭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뭔가 얻고자 하는 부분, 목표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스스로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지금의 각자대표 체제 어떤가.
“KB증권은 합병과 동시에 시장에 대응하고, 금융지주와의 시너지 영업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한 CEO가 다 하는 것보다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각 전문 분야별로 각자 맡는 것이 합병이 안정될 때까지는 적절한 시스템으로 보인다.(현재 윤 대표가 자산관리(WM) 부문을, 전병조 대표가 IB 부문을 주력으로 맡고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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