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남대, 폐교 위기 놓인 서남대 인수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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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에 있는 한남대 전경 [사진 한남대]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에 있는 한남대 전경 [사진 한남대]

대전 한남대가 폐교 위기에 놓인 서남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 6명으로 구성된 '인수추진 검토위'안건 통과 #서남대가 횡령한 교비 333억원 갚아야 인수 가능할 듯 #교육부 "폐교 절차는 예정대로 추진, 한남대 제안오면 검토"

한남대는 16일 “우리 대학이 속해 있는 학교법인 대전기독학원 이사회에서 지난 14일 ‘서남대 인수추진 검토위원회(6인)’ 구성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한남대는 “서남대 인수 방침은 아직 정해진 게 아니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남대가 서남대 인수 검토에 나선 것은 의대 때문으로 보인다. 서남대 전북 남원캠퍼스에는 의대(정원 49명)가 있다. 이 대학을 인수하면 한남대는 오랜 바람인 ‘의대 설립’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남대는 교육부가 서남대의 인수 조건으로 내세운 ‘교비 횡령액 333억원의 변제’와 ‘남원·아산캠퍼스 동시 인수’ 등을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 캠퍼스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산책하고 있다. [사진 한남대]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 캠퍼스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산책하고 있다. [사진 한남대]

한남대의 인수 추진 여부와 별도로 서남대 폐교에 관한 교육부의 방침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남대 폐교 절차는 그것대로 진행하고, 만약 한남대가 정상화 계획서를 내면 인수 요건에 맞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다음 주께 서남대에 대해 계고(사전 경고) 조처를 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 차례 계고와 청문절차 등을 거친 뒤에도 서남대가 교비횡령액을 갚는 등 정상화 조처를 이행하지 못하면 12월께 폐교가 확정된다. 서남대 스스로 횡령금액을 변제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서남대남원캠퍼스 주변 상가. 대부분 임시휴업 중이거나폐업했다. [중앙포토]

서남대남원캠퍼스 주변 상가. 대부분 임시휴업 중이거나폐업했다. [중앙포토]

서남대 등 비리·부실 사학과 관련해 김상곤 부총리는 지난 11일 “대학 구조조정이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에 합리적 (대학 정원) 수급 조절을 위해서라도 이미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이뤄진 대학은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남대는 2012년 교육부 감사로 설립자가 교비 횡령 사실이 적발됐다. 이어 2015년과 지난해 2년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으며 폐교 심의 대상이 됐다.

전북 남원시에 있는 서남대 정문. [중앙포토]

전북 남원시에 있는 서남대 정문. [중앙포토]

앞서 교육부는 최근 서남대 인수를 희망하는 법인·대학을 대상으로 정상화계획서를 받아 검토했다.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정상화 계획서를 냈으나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한 2곳 모두 정상화를 위한 재정기여도보다 의대 유치에 주된 관심을 보였다”며 “결과적으로 서남학원·서남대 교육의 질 개선 가능성이 없어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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