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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대부분 “절대평가 늘린 수능 개편안, 사교육 못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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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절대평가 전환과 문·이과 통합을 핵심으로 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시안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수험생의 학습 부담, 사교육 부담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교육부가 내놓은 1안(수능 8개 과목 중 5개 과목 절대평가)과 2안(전 과목 절대평가) 대신 ‘3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개편 시안과 내년부터 고교 현장에 적용될 새 교육과정이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수도권 고교 교사 10명 의견 물으니 #“변별력 없고 학습부담 안 줄어들 것” #다수가 절대평가 단계적 확대 입장 #일부는 “입시 중심 교육 벗어날 기회” #EBS 수능 연계엔 8명이 “축소·폐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5일 중앙일보가 서울·경기·인천의 현직 고교 교사·교장 10명에게 수능 개편 시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10명 모두 “1, 2안 중 어떤 안이 채택돼도 사교육 감소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준영 잠실고 교사(사회)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이 수능에 포함돼 사실상 공부할 과목이 늘었다. 이들 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해도 일정 점수에 들기 위해 사교육 받는 학생들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선용 인천 광성고 진로진학부장은 “올해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바뀌는 영어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줄지 않았다. 통합사회·통합과학도 중학교 때 끝내고 고교에 올라와 다른 과목에 집중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중앙일보가 의견을 물은 교원 10명 중 6명은 2안 대신 1안을 지지했다. 1안을 지지한 교사들은 2안에 대해 “대입 변별력이 없고, 학습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없고, 사교육 경감 효과도 없는 3무(無)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국어·수학·탐구영역은 당분간 상대평가로 유지하면서 절대평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송현섭 도봉고 교감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게 장기적으로 맞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수능이 무력화됐을 때의 대비책을 마련한 후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감은 “이런 보완책 없이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대학에선 우수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내신·학생부·면접 등을 강화해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목 중동고 교장은 “지금도 학생들은 ‘내신시험 한 번 망치면 대포자(대학 진학을 포기한 사람)가 된다’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한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학에서는 수능과 내신을 함께 평가할 수밖에 없어 재수생이나 뒤늦게 의욕이 생긴 학생들이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반면 2안에 찬성한 교사들은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학교가 살아날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일부 과목을 상대평가로 남겨 놓으면 학교가 결코 대입, 수능 준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의도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1안으로 가더라도 탐구영역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3안’을 제시한 이들도 있었다. 배영준 보성고 교사(진로진학)는 “1안에서 선택과목을 1개만 선택하게 되면 수험생들이 등급 받기가 용이한 과목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사회탐구는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과학탐구는 ‘지구과학’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능 개편안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전철 양서고 교사는 “대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능시험의 형태만 바뀌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능제도와 고교성취평가제·고교학점제·대입전형 등을 연계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학교 교육을 파행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온 ‘EBS교재 수능 출제’에 대해선 10명 중 8명이 “축소·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성권 대진고 교사는 “EBS가 수능과 연계된 2004년 이후 EBS가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의 중심에 서게 됐다. 교사와 학생 입장에선 가르치거나 공부하기 수월한 측면이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우리 교육이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민희·이태윤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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