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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결핵 다스리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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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호 24면

강재헌의 건강한 먹거리

일러스트=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최근 한 여성병원에서 신생아실 간호사의 결핵 감염으로 100여 명의 신생아·영아들이 잠복결핵 판정을 받았다. 이어 교사의 결핵 감염으로 수십 명의 초등학교 학생이 잠복결핵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해 잠복결핵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핵은 결핵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 속의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서 전염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으로 결핵 신환자가 3만 명이 넘을 정도로 결핵 발생률이 높은 국가다. 결핵균에 감염이 되면 우리 몸 안의 면역체계가 작동해 결핵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따라서 감염자의 90%는 몸 안에 결핵균이 머물면서 자체 면역에 의해 억제돼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를 잠복결핵이라고 하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고 흉부엑스선 검사에서도 정상이어서 결핵 감염검사를 해 보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잠복결핵을 방치할 경우 나중에 결핵이 발병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의심되는 경우 검사를 해 잠복결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잠복결핵이 활동성결핵 발생으로 이어질 확률은 건강한 성인은 5~10% 정도다. 영아의 경우 그 확률이 훨씬 더 높다. 결핵균은 폐결핵을 유발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늑막염·뇌수막염 등 여러 장기에 결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잠복결핵에 대한 검사로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와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라는 혈액검사가 있다. 활동성결핵환자와 접촉한 경우나 면역력이 저하되는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 검사를 받아야 하며, 병의원 근무자들도 이 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된다.

잠복결핵 판정을 받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해 나중에 활동성결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약물치료는 연령과 약물의 종류에 따라 3~9개월간 이뤄진다. 잠복결핵의 약물치료는 치료기간이 길고, 간기능 이상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 의사의 처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약 복용을 자주 잊거나 치료기간이 짧을 경우 치료 성공률이 낮아질 뿐 아니라 결핵약에 대해 내성이 생겨 추후 결핵 치료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잠복성 결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핵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개인위생에 유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병원이나 요양시설 근무자들은 정기적으로 결핵감염 여부에 대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활동성결핵 환자와 접촉한 경우 즉시 잠복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신이나 가족이 뚜렷한 원인 없이 2~3주 이상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병의원을 방문해 폐결핵 등 호흡기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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