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지원금 줄줄 샌다...권익위 "81억원 환수, 94명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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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사는 김모씨 등 5명은 2015년 7~12월 울산시가 지원한 창업 보조금 64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본인의 집주소를 새로 창업한 사무실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한 것이었다. 장비 임대료, 간판 제작비, 재료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보조금은 김씨 등이 기존에 운영하던 사업체의 다른 지역 지사 설립과 운영비로 쓰였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악용한 이들은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은정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6월 28일 열린 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국민권익위원회]

박은정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6월 28일 열린 취임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국민권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3년 7개월여 간 복지ㆍ보조금부정신고센터에 접수된 고용ㆍ노동 분야 156건의 신고 사건 중 104건을 수사ㆍ감독 기관에 이첩ㆍ송부했다고 9일 밝혔다. 그 결과 94명이 기소됐고 이들이 받아챙긴 81억원이 환수됐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일자리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정부의 부정수급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가 적발한 사례 중에는 인턴 채용 등 인건비 지원금을 허위로 받아간 경우도 있었다. 서울 소재 A업체는 이미 2013년 6월부터 약 3년 간 이미 일하고 있던 직원 6명을 신규 인턴으로 채용한 것처럼 속여 인턴 지원금 1460만원을 타냈다. 인턴기간이 종료한 후에는 다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처럼 속여 추가로 1950만원을 받아냈다. 대구 소재 사회적 기업 B사는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3억526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 업체 대표는 이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사기업에 근무시키거나 이미 퇴직한 사람을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취업 취약 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원하는데 쓰는 예산은 올해 예산 기준 185개 사업에 17조736억원 규모다. 지자체별 일자리 사업도 4186개(3조원)에 달한다. 앞서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국가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재정일자리 추진사업은 총 20조원에 달한다”며 “지자체장이 중앙정부가 하는 일을 잘 모르고, 수용자가 인지하게 어렵게 시스템이 복잡하게 구성돼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예산 누수나 중복 수급도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청ㆍ장년 실업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자리 창출 관련 보조금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가 실질적인 일자리를 확대하는데 사용되어져야 한다”며 “다양한 수법으로 누수되고 있는 보조금 부정수급을 근절하는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신규 고용 창출을 위한 보조금과 청년ㆍ취약계층 대상 인건비 지원 보조금 등에 대해 올 하반기 집중적으로 신고 접수를 받아 조사할 계획이다. 또 허위 수급 행위가 빈발한 지원 분야에 대해서는 제도적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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