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반발에 프랑스 ‘퍼스트 레이디’ 없던 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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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연상 부인 브리지트 트로노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앙포토]

25살 연상 부인 브리지트 트로노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앙포토]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는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없던 일이 됐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 트로노에게 #‘퍼스트 레이디’ 공식 지위 주려했지만 #반대 온라인 청원에 29만 여명 서명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부인 브리지트 트로노에게 ‘퍼스트 레이디’란 공식 지위를 주려던 계획을 8일(현지시간) 철회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지난 2주간 프랑스 국민 29만 여명이 서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트로노에게 ‘퍼스트 레이디’란 공식 직함과 예산을 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다만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지위를 명시한 문서를 조만간 만들 예정”이라며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는 공익적 역할로만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엔 원래 ‘퍼스트 레이디’가 없다. 프랑스 헌법과 의전 수칙에는 대통령 배우자나 파트너에 대한 공식 지위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일정 ‘역할’을 하도록 재량권을 줄 뿐이다. 공식 지위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 배우자를 위한 예산도 책정돼 있지 않다. 엘리제궁 예산 중 연간 약 45만 유로(약 6억원)를 대통령 배우자를 돕는 직원ㆍ경호원 채용 등에 사용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배우자의 이같은 애매한 지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퍼스트 레이디’ 공식화를 추진했다. 대통령 취임 뒤 가장 먼저 지시한 것도 이 일이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하지만 취임 후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여론은 싸늘해졌다. 지난 5월 유고브의 여론조사결과 ‘퍼스트 레이디’ 공식화에 대해 68%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집권 여당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등을 돌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배우자에겐 공식 지위를 주려고 하면서, 상ㆍ하원 의원들의 가족 보좌관 채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밀어부쳤기 때문이다.

대선 때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프랑수와 피용의 가족 보좌관 횡령 스캔들이 터지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마크롱은 이를 파고들어 상ㆍ하원 의원과 정부 각료들의 가족 채용 금지를 정치개혁 1호 법안으로 삼았다. 하지만 의원 특혜는 줄이는 반면 자신과 관련된 특혜를 신설하려는 마크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 법안의 표결도 자꾸 미뤄지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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