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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어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소년의 대답에 말 잃은 文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기족.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소년이 임성준군.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기족.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소년이 임성준군.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인 8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해자 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식 사과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는 지난 2011년 불거졌다. 일이 터지고 6년여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이날 면담에 자리한 14살 임성준은 산소호흡기를 달고 생활한다. 임군은 생후 14개월쯤부터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왔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 기능이 망가진 탓이다.

문 대통령이 임군에게 다가가 "성준이는 꿈이 뭐야?"라고 물어봤다. 돌아온 임군의 대답에 문 대통령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임군은 문 대통령에게 "꿈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린 문 대통령은 방금 들은 임군의 대답을 복기했다. "꿈이 없어?" 이에 임군은 단서를 달아 다시 대답했다. "어렸을 때는 대통령이었어요"

문 대통령은 준비한 선물을 건네며 임군을 격려했다. 임군이 좋아하는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야구선수 모형인형이었다. 문 대통령은 "꿈을 잘 키워나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꿈꾸던 소년이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 꿈이 없다는 대답에 이날 면담은 울음바다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피해자들에게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면담과 관련해 "비공개 면담은 눈물바다였다"며 "문 대통령도 눈이 굉장히 충혈돼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정부 측에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구제 재원 확대를 요청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이 같은 요청에 문 대통령은 "특별구제계정에 일정 부분 정부 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1시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9일부터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특별법'이 시행된다. 앞으로는 산모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돼 피해를 본 경우 태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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