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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단’ 박기영의 귀환 … 문 대통령 지지단체도 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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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왼쪽)이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한 모습. [연합뉴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왼쪽)이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한 모습. [연합뉴스]

‘황우석 사태’의 핵심 인사인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7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임명된 것을 두고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시민단체가 반발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여권에선 ‘제2의 탁현민’ 사태로 비화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황우석 논문 공저자 올린 핵심인물 #참여연대·녹색연합 등 철회 요구 #여권 ‘제2 탁현민’ 사태 될까 우려 #청와대 “논란 이력 알고 있었다”

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하면서 황 교수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연구 지원을 이끌어내는 등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국가의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조정 등의 권한이 주어지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구노조는 8일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청와대에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불러일으킨 핵심 인물로, 온 나라를 미망에 빠뜨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라며 “개혁의 대상을 개혁의 주체에 임명했다. 한국사회 과학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건강과대안·녹색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시민과학센터 등 9개 단체도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번 인사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도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최석 대변인은 박 본부장에게 “과연 양심과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과학자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정의당이 차관급 이상에서 사퇴 요구를 한 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야권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박기영 본부장을 중용해 황우석 교수에게 면죄부라도 줄 셈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부적격 인사”라고 비판했다.

‘탁현민 논란’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여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쌓여가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의 한 관계자는 “황우석 사태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의 ‘눈과 귀’인 민정수석으로 근무했음에도 박 본부장을 재등용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 당황하는 분위기”라며 “탁현민 행정관 이후 다시 ‘인사불통’ 논란이 재개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박 본부장의 논란 이력을 알고 임명했나’라는 물음에 “박 본부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지하고 있었다”며 “다만 그에 대한 다른 말씀은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처음 출근한 박 본부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층 기자실에 들러 출입기자들과 5분간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박 본부장은 그러나 “나중에 설명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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