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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이석원 "음악 할 때 죄짓는 기분" 은퇴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발매한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끝으로 뮤지션 은퇴를 선언한 언니네 이발관. [사진 블루보이]

지난 6월 발매한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끝으로 뮤지션 은퇴를 선언한 언니네 이발관. [사진 블루보이]

모던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리더 이석원(46)이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석원은 7일 언니네 이발관 공식홈페이지에 “이제 저는 음악을 그만두고 더는 뮤지션으로 살아가지 않으려 한다”며 “23년 동안 지지하고 응원해 주신 것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주신 것 모두 감사하다”고 일기를 남겼다.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끝으로 뮤지션 생활 정리 #9년간 준비하는 동안 "마지막 앨범"이라고 밝혀 #94년 PC통신서 결성 후 홍대 모던록 바람 불러와 #『언제 들어도 좋은 말』등 작가로도 인정 받아

이석원은 “아주 오랫동안 이 일을 그만두길 바래왔다”며 “하지만 어딘가에 내 음악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털어놓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음악이 일이 되어버린 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고백한 그는 여러 차례 은퇴를 시사해왔다.

지난 6월 9년 만에 내놓은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두고 진즉부터 마지막 앨범이라 못 박았다. 5집 ‘가장 보통의 존재’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모던록 음반ㆍ노래 등 3관왕을 휩쓴 뒤 줄곧 이별을 준비해 온 셈이다. 그는 총 9곡이 담긴 새 앨범에 대해 “사랑과 삶, 관계 등 일관된 테마에 천착해온 화자가 마지막 곡 혼자 추는 춤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발 딛고 나아가는 모습을 끝으로 긴 연재를 끝내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모던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을 이끌어온 이석원은 "항상 벗어나고 싶어했기에 음악을 할 때면 늘 나 자신과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블루보이]

모던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을 이끌어온 이석원은 "항상 벗어나고 싶어했기에 음악을 할 때면 늘 나 자신과 팬들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블루보이]

“이번 한 번만 이번 한장만 하다가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말은 1994년 결성된 언니네 이발관의 출발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PC 통신 하이텔 ‘메탈동’의 회원이었던 이석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존재하지도 않던 밴드 리더라고 본인을 소개했고, 이후 ‘모소모(모던 록 소모임)’에 모여든 사람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5인조로 시작한 밴드는 2002년 이능룡(기타)ㆍ전대정(드럼) 등 3인조로 재편됐다.

연주 실력을 앞세운 커버 일색의 홍대 밴드 문화의 중심을 싱어송라이터로 옮겨온 이석원은 작가로서 커리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첫 산문집『보통의 존재』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면서 소설『실내인간』, 이야기 산문집 『언제 들어도 좋은 말』등 다양한 문체를 선보이며 작가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평소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언젠가 세월이 정말 오래 흘러서 내가 더이상 이 일이 고통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또 나자신에게 죄를 짓는 기분으로 임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 뵙겠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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