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광수 의원 사건 축소·은폐 논란…"국민의당 눈치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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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의원. [중앙포토]

김광수 의원. [중앙포토]

경찰이 심야 시간대 원룸에서 5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김광수(59·전주갑) 의원 사건에 대한 축소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경찰이 밝힌 것과 달리 사건의 수위가 훨씬 높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임의동행"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수갑 채워 현행범 체포 #여성 얼굴 상처 등 설명 없이 김 의원에 유리한 설명만 #잘못된 사실 퍼지는데도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

7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 의원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처음 불거졌다. 김 의원이 이날 오전 2시쯤 전주시 완산구 한 원룸에서 부인이 아닌 A씨(51·여)와 함께 있던 중 "가정폭력이 의심된다"는 이웃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서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가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에게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을 지구대로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귀가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의원이 미국으로 출국한 뒤인 지난 6일 오후(한국 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앙포토]

김광수 의원이 미국으로 출국한 뒤인 지난 6일 오후(한국 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중앙포토]

실제 폭행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밀폐된 원룸 공간에 두 사람만 있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또 사건 당시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 의원도 사건이 알려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해당 여성은 과거 선거 운동을 도왔던 인물로 우울증이 있으며 밤 늦게 갑자기 연락이 와 자해가 우려돼 도우러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른쪽 손가락 상처에 대해서는 "여성의 자해를 말리려다 내 손을 다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사건 이후인 지난 5일 오후 부인 등 가족이 머무는 미국으로 출국한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설명과 이에 부합하는 듯한 김 의원의 해명이 더해지면서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5일 오후 늦게 반전이 일어났다.

김광수 의원. [중앙포토]

김광수 의원. [중앙포토]

김 의원과 함께 있었던 여성의 몸에 멍이 든 상태였던 점, 원룸에 혈흔이 있었던 점, 김 의원이 실제로는 수갑이 채워져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점 등이 확인되면서다. 경찰이 당초 설명한 사건 수위보다 훨씬 심각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김 의원 측과 '말 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실제 일어난 사건과 차이가 있는 경찰의 설명과 김 의원의 해명이 거의 일치해서다.

말 맞추기가 없었더라도 경찰이 현역 국회의원인 김 의원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전북 지역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김 의원을 포함해 7명이 국민의당 소속이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경찰 측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김 의원이 공인인 점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지고 있던 상황에서 경찰이 잘못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지 않고 사건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 완산경찰서 관계자는 "사건을 고의로 축소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사건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전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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