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산교통 버스 또 사고, “버스 브레이크 잘 안 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오산교통 차고지. 여성국 기자

오산교통 차고지. 여성국 기자

경기 오산의 오산교통 소속 버스가 또 사고를 냈다. 지난달 9일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8중 추돌사고를 내 50대 부부를 숨지게 한 지 한 달도 안 돼서다.

오산교통 소속 32번 시내버스가 5일 오후 7시 20분쯤 오산시 원동사거리 인근 내리막길에서 앞차를 들이받아 5중 추돌사고를 냈다. 승용차, 트럭 등 차량 4대가 파손됐고, 운전자 한 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사고 당시 버스 승객은 없었다.

사고를 낸 버스 기사 박모(57)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현장에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내리막길에서 앞차를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며 “현장에 스키드 마크(skid markㆍ타이어 자국)는 없었다. 블랙박스 영상과 차량 기록을 판독해 사고 경위를 따져볼 것이다”고 말했다.

오산교통 차고지. 여성국 기자

오산교통 차고지. 여성국 기자

오산교통 소속 기사들은 “평소 버스의 브레이크 오작동이 잦았다”고 입을 모았다. 동료 운전기사 A씨는 “이번에 사고를 낸 버스를 며칠 전에 몰았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잘 안 들었다. 노후한 버스라 교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례도 전해줬다.

“지난 6월엔 이번에 사고를 낸 차량이 아닌 71번 시내버스를 몰던 중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오산시 갈곶리 부근에서 브레이크가 밀려 300m 이상 속도를 줄이지 못했다. 사이드 브레이크와 기어를 만져 버스를 간신히 세웠다. 십년 감수한 기분이었다.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5명도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회사는 이전부터 브레이크 오작동 문제가 제기된 해당 버스를 지난달 새 차로 바꿨다.

오산교통 기사들은 “브레이크 오작동으로 사고가 나도 회사는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났다고 진술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오산교통 소속 기사 이모(48)씨는 지난해 3월 오산우체국 근처에서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승객 2명이 치아가 손상되는 등의 부상을 당했다. 이씨는 “당시 회사가 브레이크 오작동이 아니라 운전미숙으로 진술하라고 회유했다. 계약직으로 일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아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산교통에서 정규직이 되려면 의무적으로 11개월을 계약직 기사로 근무해야 한다. 이후 회사의 심사를 거쳐야 정규직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오산교통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측은 기사들의 근무여건은 물론 차량 정비에도 소홀한데, 이는 승객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산교통 관계자는 “사고 차량 브레이크는 정상 작동하는 걸로 알고 있고, 회사는 규정에 맞게 차량 정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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