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EU의회 관타나모 폐쇄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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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테러 용의자들을 가둬 둔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라는 유엔과 유럽연합(EU) 등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16일 인권특별보고관 5명이 마련한 보고서를 발표,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내 테러용의자 수용소를 즉각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500여 명의 수감자를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계속 가둬 두는 것은 자의적인 구금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사법처리하거나 풀어 주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분으로 국제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고문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특별보고관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관타나모에서 풀려난 사람, 수감자 가족, 변호사 등을 면담해 58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관타나모 수용소는 가능한 한 빨리 폐쇄돼야 한다"며 "수감자들을 법정에 세워 해명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EU 산하기구인 유럽의회도 이날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수감자들의 공정한 재판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수감자 모두가 테러리스트"라고 강조하고 "이들은 현재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폐쇄 요구를 일축했다. 스콧 매클랠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유엔의 보고서는 잘못된 정보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수감된 테러리스트들은 거짓 정보를 제공토록 훈련돼 있다"고 반박하고 "보고관들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방문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 관타나모 수용소=쿠바 남동쪽 관타나모 만에 설치된 미 해군 기지 내 수용소.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긴 미국은 쿠바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면서 이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이후 1903년 미국은 매년 금화 2000개(당시 4085 달러)에 이 기지를 무기한 임대키로 쿠바 측과 계약을 했다. 59년 집권한 카스트로 정권은 기지 반환을 계속 요구했으나 미국은 "양쪽 합의 전엔 계약을 깰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거부하고 있다. 2001년부터 테러용의자 500여 명이 수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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