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럴수가…"침통한 3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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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영삼 민주당후보>

<수도권 기대 빗나가지 허탈>
민주당 김영삼후보의 상도동자택은 17일 상오2시가 넘으면서부터 마치 납덩어리가 짓누르는 듯한 답답하고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럴수가 있는가』 『우리국민의 민도가 이정도인가…』 라는 등의 탄식과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분함이 교차되면서 상도동자택은 짙은 허탈감에 빠졌다.
이번 선거에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김후보는 16일하오10시쯤 자택에 돌아온 후 l7일 상오 8시 현재2층 거실에 있다는 것만 확인되고 무엇을 어떻게하고 있으며 어떤 심정인가는 알길이 없었다. 『김후보가 TV중계를 계속 시청했느냐』 『수면은 좀 취했느냐』 라는 등의 질문에 비서진들은 마지못해 『잠이오겠어요』 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할 정도.
다만 김후보의 심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비서진등 이날밤을 상도동 김후보자택에서 보냈던 모든 사람들간에 이심전심으로 느껴졌다.
16일 저녁 개표초반기의 상도동 분위기는 비록 노태우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어도 『부재자투표가 포함됐으니 그렇겠지』 『부산·서울등 대도시가 남아 있으니 괜찮아』 라는 말들이 쉴새없이 오가며 기대를 갖고 TV개표중계를 주시했었다.
김후보는 이때만 해도같은 생각을 갖고 있은데다 간혹 충북 청원군·충북충주시·강원도원주시등에서 노후보와 엇비슷하게 표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는 흥분의 기색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경인지역에서 마저 뒤로 처지자 『이러다가는 3등으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등 최악의 분위기.
김후보는 이때 1층 응접실에 있던 박종웅 비서에게 인터폰을 통해 뭔가 지시를 내렸는데 박비서는 일체 함구.
17일 상오5시30분쯤 김상신부총재·김재광선거대책본부장·김덕룡비서실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상도동에 나타나 김후보와 잠시 요담을 나눈 후 돌아갔는데 나눈 내용에 대해서는 역시 함구.
다만 김실장이 『이번선거는 처음부터 관권·금권이 동원된 선거에다 치밀하게 조작된 원천적 부정선거로 규정했다』 고 밝히고 차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만 언급하고 문을 나섰다.

<김대중 평민당후보>

<관권·금권개입…원천적 부정>
『이번선거는 관권·금권의 개입, 언론조작등으로 원천적인 부정선거이므로 현정권이 그 책임을 져야한다』 선거결과의 윤곽이 거의 밝혀진 17일 상오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평민당 김대중후보의 표정에는 오히려 침착하고 결연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김후보는 여당측의 부정선거행위를 맹렬히 비난한뒤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재야인사들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개표 결과는 광주·전남북·서울에서 김후보의 압도적 지지를 나타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들이 71년에도 썼던 수법이다. 당시에도 서울과 전남에서는 이기게 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대량부정을 저질렀다. 이번 개표과정에서도 71년 내가 제일 약했던 지역부터 개표결과를 발표해 참패했다고 느끼게하고 사기를 떨어뜨려 참관인을 매수하고 끌어내 부정을 저질렀다. 서울에서는 투표함을 바꾸지 않았다면 내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이번에 나타난 표차의 양상도 71년과 똑같다』 - 그러한 주장은 선거결과에 승복할수 없다고 말한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여러분이 그런식으로 해석해 쓰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다. 나는 이미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부정이 발생하면 재야분들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었다』
- 앞으로의 행동에 대해 타당과 협의할 생각은 없는가.
『현재 이중재본부장이 민주·공화당본부장과 이문제를 협의하기위해 만나러 갔다. 필요하면 공동성명을 발표할 생각이다』
- 다른당이 협력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민주당이 이미 부정선거 결과를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들었다.
- 오늘 국민운동본부에서 고문·상임공동대표 연석회의가 있는데 김영삼후보도 고문이므로 참석하리가 믿는다.
- 국민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부정선거에 의해 내가 떨어졌다고 혹시라도 국민여러분이 비관이나 분노해 목숨을 끊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일은 없도록 해달라. 지금 그럴 가능성이 많으니 이것은 꼭 보도해달라』

<김종필 공화당후보>

<국민 심판으로 교두보 확보>
『상처투성이지만 전쟁은 끝났다. 같이 싸우던 장수의 한 사람으로 축하의 꽃다발을 승장에게 보낸다.』 김종필공화당후보는 17일상오 중앙당사에 나와 민정당 노태우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김용채사무총장을 불러 꽃다발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해왔는데….
『표를 얼마나 받았느냐하는 것과는 상관없다. 국민의 심판을 정당하게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던져준 표는 눈물겨운 국민의 심판이다. 심판을 내려준 국민에게 감사한다』 - 앞으로 할일은.
『우리는 국민의 심판을 바탕으로 교두보를 확보했다. 지난 선거기간 악전고투하며 얻어낸 교두보를 넓히면서 앞으로 곧 있을 국회의원 총선에 전력투구하겠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전쟁후의 .평화다. 정치안정과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건전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기일전해서 한 야당으로서 최선을 다해 해야할 일을 다하겠다』 - 부정선거 시비는 어떻게 처리 하겠는가.
『현 집권세력이 저지른 부정· 타락선거는 사상 유례없는 것이다. 현재 수집중인 사례들이 집계되면 하나하나 따지겠다.
그러나 투개표과정등 선거가 잘못됐다면 몰라도 납득이 갈수 있는 선거였다면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 선거로 민주화시대가 시작됐다고 보는가.『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본다. 평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뒤 내려져야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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