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중심 제기되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교체론…“노무현 정부 인사들로 코리아패싱 자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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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에도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는 것과 관련, 야권은 "한미 공조 체제에 틈이 벌어졌다"며 이른바 ‘코리아 패싱론’을 집중 제기했다. 특히 “10년 전 꿈에 사로잡혀 현실을 보지 못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도 요구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에서는 대북 군사적 공격 가능성, 미·중간 딜 가능성, 북·미간 직접 대화 가능성 등 백가쟁명식으로 대응 옵션이 나온다”며 “정작 운전대에 있는 문 대통령은 빠져있다. 문 대통령이 현실 감각을 회복하고 적극적 자세로 돌아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의 ICBM 실험과 관련해 통화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통화할 의제가 없기 때문"(지난 2일)이라고 밝힌데 대해 “소위 코리아패싱 반박치고는 참 유치하고 한심하다”며 “무슨 엉뚱한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말했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도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코리아 낫싱(nothing)”이라며 “10년 전 남북 정상회담의 낭만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청와대 외교 라인에 있는 탓이다. 한반도 안보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초청해 가진 북한 미사일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청와대가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효상 대변인도 “외교 전문가들마저 문재인 정부가 상황의 위급성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안의 경중을 잘 못 다루고 있어 ‘코리아패싱’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 배치’와 같은 말장난을 중단하고 사드 배치를 이번 달 내 조속히 완료해, 안보 문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즉각 종식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도 이같은 우려가 나왔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휴가에 안보마저 휴가를 떠났고 ‘코리아패싱’이 일어났다”며 “정부의 무개념 안보의식과 국정운영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의 이같은 안보 공세에 청와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 요청이 온 적이 없으며 현재 조율 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또 “외교에 대해선 여여가 모두 신중해야 한다”며 “비판은 좋지만 꼬투리를 잡는 듯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접근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코리아패싱' 논란이 제기된 2일엔 랴미자르드 랴쿠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한 비공개 일정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는 무기 수출에서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휴가에도 ‘안보는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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