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에겐 '태움'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
2015년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무려 33.9%다. 이직률이 높은 탓에 입사 100일을 채우면 잘 버텼다는 의미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병원도 있다.
'태움' 문화는 잦은 이직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간호사들이 주로 모이는 각종 커뮤니티에는 지금도 여전히 '태움'을 당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온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태움 문화는 2016년 7월 SBS 스페셜 ‘나는 어떻게 간호사가 되었나’ 편이 방송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가리키는 말이다. 병원 내 선배 간호사는 후배를 상대로 폭언, 폭행 및 따돌림을 일삼는다. 차트를 던지거나 볼펜으로 내리찍는 일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간호사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엔 “내 가방을 캐비넷에서 꺼내더니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했다” “실습생을 앞에 세워놓고 나를 향해 ‘쟤는 어떻게 들어왔지’라는 말을 했다” “하도 당해서 한 달 동안 4kg이나 빠졌다” 등 태움을 당했다는 내용이 넘쳐났다.
하지만 태움문화를 대하는 선배 간호사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병원은 생명과 직결된 곳이기 때문에 후배의 실수를 어물쩍 넘기기보단 따끔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실수로 혼난 걸 ‘태움 당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한간호협회 곽월희 의사는 2016년 9월 열린 대한간호협회 토론회에서 “태움은 높은 노동강도와 직무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법률과 규제,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이 혼합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즉 단순하고 일회적인 처방이나 대책만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말이다.
온라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