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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금간척」은 이미 포기했던 것"|쏟아진 공략…어느 정도 타당성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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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 공약은 누굴 찍느냐를 결정하는데 가장 객관적인 기준의 하나다. 특히 경제공약의 경우 사탕발림들이 많아 실현가능성면에서 「공약」으로 끝날 것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정부조차 스스로 「불가」판정을 내렸던 새 만금간척사업들을 다시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투표일을 이틀 앞둔 마당에 각 후보들이 지금까지 밝힌 경제공약들을 주요 이슈별로 경제적 타당성과 실현가능성등을 따져본다.

<도로 및 전철건설>
여당후보의 프리미엄을 이용해 이 방면의 공약은 노태우 후보가 단연 압도적이다. 서해안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새로 제시한 것을 비롯해 각종 기존계획의 고속도로 건설시기를 당길것을 약속하는 한편 호남선과 중앙선의 전철화 및 서울∼영동간 고속전철건설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실무당국자들에 따르면 우선 서울∼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도로건설과 호남선 전철화의 경우 중공과의 교역을 예상해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나 당분간은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호남지역의 교통망확충을 위해 이미 호남고속도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했고 철도 역시 기존 호남선의 복선화를 최근에 끝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소통이 원활한 상태라는 것. 경부고속도로의 하루 교통량이 2만대가 넘는데 반해 호남고속도로는 8천∼1만대. 88올림픽고속도로는 2천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약 7천억원이 소요된다는 서울∼강릉간 고속전철건설의 경우 민정당과 교통부 측이 합동으로 사업계획을 발표했으나 건설부 쪽에서는 종합적인 국토계획 차원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부채탕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네후보 모두가 4조원이 넘는 농가부채의 탕감내지 파격적 지원을 공약하고 나섰다.
특히 평민당의 김대중후보는 취임 첫해에 완전탕감을 공약했다.
야당후보의 논리는 부채의 누적이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것인데 부실기업부채는 수조원씩 탕감해주면서 농민부채는 왜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 공약이 실천될 경우 2가지 문제에 부닥친다. 첫째가 형평의 문제. 농가부채를 탕감해주면 부실기업에 대한 탕감조치와는 공평해질지 몰라도 도시영세근로자를 비롯해 농촌에서도 빚안지고 열심히 농사짓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은 완전히 무너지는 결과가 된다.
두 번째는 재원문제. 예컨대 정부공사비를 줄여 전용할 경우 연간 규모가 3조원 수준인데, 수의계약을 제외한 대부분 입찰공사의 경우 현실적으로 정부예정가격보다 낮게 낙찰되는 것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해외건설의 퇴조로 대형건설업체들이 덤핑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부실 공사를 우려한 나머지 정부 쪽에서 오히려 지나친 저가낙찰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제>
김영삼 후보는 최저임금제의 확대실시를 주장했고 김대중후보는 최저임금수준을 월30만원 선으로 끌어올릴 것을 공약한 반면 노태우 후보는 5년후에는 현재의 농어민·근로자의 평균소득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노후보의 경우는 우리경제가 지금처럼 성장을 계속할 것을 가정한 정부의 전망치이므로 공약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30만원 선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실현성 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있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릴 경우 견딜만한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기업 측은 최저임금수준을 10만원내외에서 정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노조측은 20만원이상 선을 제시, 맞서있는 상태다. 또 현재의 근로자 평균임금이 29만원 선이므로 평민당이 제시한 최저임금 30만원은 이 보다도 높은 것이다.

<그린벨트>
일찌감치 그린벨트 재조정문제를 거론해왔던 민정당은 막상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일체 함구하고 있는 반면 민주·평민 쪽에서 오히려 그린벨트에 손을 대겠다고 나섰다.
그린벨트규모는 전국토의 5·5%에 해당하는 5천3백97평방km. 71년 이 제도를 실시해 온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재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왔으나 일단 손을 댈 경우 현실적으로 공평성을 기할수 없을 뿐 아니라 부동산투기를 부채질하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어서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로 여겨왔다.
그러나 그린벨트자체를 해제하진 않더라도 전체 국토개발차원에서 5천3백97평방km나 되는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겨우 모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새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그린벨트문제는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해제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터라 단순히 민원차원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세금>
세금 쪽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부가세 과세특례자대상을 넓히겠다는 것과 김대중후보가 갑근세를 현행보다 대폭 깎아주겠다는 것등이 주목을 끌고있으나 둘다 현실적으로는 상당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노태우 후보의 경우 현재 매출액 2천4백만원이하의 영세업체등에 대해 과세특례혜택을 주고있는 것을 더 넓혀 세금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과세특례제도자체가 그 동안 세정부조리의 대표적인 온상으로 악용되어왔을뿐 아니라 과세특례 적용대상이 현재로도 전체과세대상의 70%나 차지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최근 오히려 과세특례대상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김대중후보가 갑근세를 절반이상 탕감해 준다는 공약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만 국민의 세금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연간 4천억∼5천억원(갑근세세입 9천억원)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각종 선거공약을 실천하려면 더많은 세금을 거둬야할텐데 재산세를 포함해 현실적으로 세금을 증액시켜야 할 부문에 관한 언급은 아무 후보도 거론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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