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장의 카드 '에탄올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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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도요타를 잡아라.'

미국이 일본 자동차 업체 잡기에 나섰다. 에탄올 겸용 자동차(FFV)를 통해서다. 온실 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치솟는 유가로 비가솔린 자동차 시장이 커졌지만, 이미 일본 업체가 장악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선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의 대표 주자 '프리우스' 등을 앞세워 지난해 미국에서만 14만5000대를 팔았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는 고작 수 십대, 포드는 2만1000대에 그쳤다.

도요타는 2005년 회계년도(올 3월까지)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1조3000억엔에 이르는 순익을 올릴 전망이다. 사상 최고치다. 순익 부문서는 벌써 GM과 포드를 따돌렸다. 매출도 바짝 추격 중이다. 자동차 산업의 본산지인 미국으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판세를 뒤집기 위해 미국 업체가 내민 비장의 카드가 바로 FFV. 'E85'를 쓰는 자동차가 미국 업체들의 차세대 핵심 차종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E85는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85%의 에탄올과 15%의 휘발유를 섞은 연료다.

GM은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TV.신문.잡지 등을 통해 FFV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올해 총 11개 모델을 출시해 40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다. 포드 역시 "에탄올 차가 우리의 핵심"이라며 연방 및 지방정부, 에너지 회사와 공동으로 E85 알리기에 나섰다. 현재 미국 내 600개에 불과한 E85 판매 주유소를 연내에 2500개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미국 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에서 "미국인들의 석유 중독 현상을 치유하고 중동 석유 의존율을 대폭 줄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동차 연료를 교체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6년 이내 에탄올 연료를 실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서 소비되는 석유의 60%는 수입에 의존하며 수입량의 20%는 중동산이다. GM.포드에서 생산하는 차의 5%만 E85를 사용해도 연간 1.4억 배럴의 석유 수입 감소 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E85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는 미국에서 대량 확보가 가능하다.

E85는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가솔린 연료에 비해 대기중으로 배출되는 온실 가스량을 30% 가량 줄일 수 있다. 가솔린에 비해 연비가 20~30% 떨어지는 것이 흠이지만, 가격은 정부 보조금 때문에 15% 정도 저렴하다. 현재 갤런(3.8ℓ)당 2.5달러 정도인 E85 가격도 기술 개발에 따라 곧 1.5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도요게이자이 최신호는 GM과 포드의 에탄올 자동차 공세가 계속된다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업체가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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