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미국보다 좋은 점도 많아 …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 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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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사면 다 좋고, 한국 회사면 별로라는 건 잘못된 선입견입니다. 한국 기업이 실리콘밸리 기업들보다 좋은 점도 더 많습니다. 실력 있는 분들이 다 (해외로) 나가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네이버 사내 벤처 이끄는 원성준 #“우리 조직은 일 찾아서 하는 MS형” #메모 자동분류 앱 타르트 최근 출시

올해 초 네이버에 합류해 사내 벤처 조직 ‘인큐베이션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원성준(31·사진) 리더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아홉 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간 원 리더는 카네기멜런대에서 컴퓨터공학과 HCI(공학과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를 전공했다. HCI는 컴퓨터·공학·디자인 등을 융합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2009~2013년)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2014~2016년)에서 일하다 올해 초 한국으로 다시 들어왔다. 네이버는 서비스 기획부터 디자인·개발 등을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인큐베이션 스튜디오’ 운영에 대한 전권을 원 리더에게 맡겼다.

지난 25일 인큐베이션 스튜디오는 첫 결과물인 ‘타르트(tarte)’ 애플리케이션(앱)의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프랑스어 문장 ‘그거 쉬운 일이야(C’est de la tarte)’에서 따온 ‘타르트’는 메모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스마트폰 내 다른 서비스들과 연동시킨다.

원 리더는 2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의 장점에 대해 누차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대해 “오히려 내가 돈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는 느낌이었다”며 “단시간에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커버 케이스에서도 전화를 받고 간단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S뷰 커버’를 만들었다. 원 리더는 MS에 대해서도 “학력도 상관 없었다"며 "그 누구도 출신 학교를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6.6 남짓한 방에서 만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펀딩을 받기도 했다. 그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MS의 스마트폰용 키보드 ‘허브 키보드’는 지난해 초 출시됐다. 허브 키보드는 버튼 하나만으로 번역, 주소록 공유 등이 바로 가능한 키보드 앱이다.

원 리더는 “네이버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면 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보다 MS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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