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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검 서열 1·2위 감찰 요청한 여검사 “영장 회수 사건, 차장검사가 거짓말 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주지검 지휘부가 법원에 접수됐던 압수수색 영장을 담당 검사 모르게 회수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담당 검사 모르게 영장 회수 논란 #지검 “직원 실수일 뿐” 해명하자 #여검사, 지인에 카톡하고 게시판 글 #문 총장 “엄정히 조사해 조치할 것”

당초 이 사건을 맡은 A검사(42·여·연수원 34기)는 직속상관인 이석환(53·연수원 21기·현 청주지검장) 제주지검장과 김한수(51·연수원 24기) 차장검사가 ‘절차를 어겼다’며 지난달 15일 대검에 감찰을 요청했다. 뒤늦게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지검 측은 “직원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검사는 최근 법조계 지인들에게 ‘차장검사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취지의 카톡을 보낸 것으로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A검사는 27일에는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검찰 내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제주지방검찰청 A검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제가 속한 청 간부님들에 대해 감찰을 청구한 것으로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제주지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김 차장검사는 지난달 14일 오후 5시40분쯤 직원을 보내 제주지법에 넘긴 압수수색 영장을 회수했다. 3000만원대 물품 거래 피해 사건 피의자의 휴대전화 메시지와 e메일 등을 압수하는 영장이었다.

하지만 제주지검 측은 “이석환 지검장이 재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직원의 실수로 영장이 다른 서류와 섞여 법원에 잘못 접수됐다”며 담당인 A검사와 협의 없이 영장을 회수하면서 논란이 생겼다.

이와 관련해 A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제주지검 지휘부를 향해 다섯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A검사는 수사 종결 지시 시점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지휘부가 ‘e메일과 휴대전화 메시지 확인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으면서도 법원에서 회수한 영장을 24시간 가까이 본 후 ‘다음 날 바로 처리하라’고 한 것은 수사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A검사는 또 문제의 영장 관련 사건의 변호인이 이석환 지검장과 연수원 동기라는 점도 언급했다. A검사는 “변호사님(연수원 21기)은 제주지검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분이고, 피의자가 설립한 회사의 등재이사”라며 전관예우를 문제 삼았다.

A검사는 검찰 총수까지 진상 규명을 지시한 감찰 사건을 대검이 아닌 광주고검에서 조사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대검찰청 특별감찰단 운영에 관한 지침상 ‘경미한 사안은 고검이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거론하면서 A검사는 “누가, 왜 (이 사건을) 경미한 것으로 판단하셨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임은정(43·연수원 30기) 의정부지검 검사는 A검사의 글에 대해 “마음고생이 많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이 부조리한 (검찰) 조직문화를 고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며 댓글을 달았다.

이번 논란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하루 전인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사례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이해가 쉽지 않다. 엄정히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감찰 결과가 주목된다.

제주=김준희 기자, 현일훈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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