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마크롱 지지율…42%로 취임 2개월 역대 대통령 중 꼴찌

중앙일보

입력

“빨리 가도 너무 빨리 가고 있다. 아주 크게 넘쳐 오히려 해가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의 필리프 드파르주 선임연구원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 말이다. 드라프주의 평가처럼 제왕적 국정 운영을 가속화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취임 직후 60%가 넘는 지지율을 자랑하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21~22일(현지시간) 실시한 조사에서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42%에 그쳤다. 지난달 같은 기관이 실시해 발표한 지지율 45%에서 3%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더 큰 위기는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응답자의 비율이 크게 상승한 점이다. 지난달 27%에 비해 15%포인트나 많아진 42%로 나타났다.
앞서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와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가 23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54%로,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10%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한 달 만에 12%포인트나 늘어 36%를 기록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프랑스 국민이 마크롱 정부의 국정운영을 한번 지켜보자고 설정한 2개월의 기간이 끝났음을 보여준다고 르피가로는 보도했다.
특히 마크롱의 지지율은 이전 세 명의 대통령들의 취임 2개월 지지율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53%,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66%를 기록했었다. 더욱이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썼던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의 취임 2개월 지지율 55%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통령이 신이냐" 프랑스 리베라시옹 7월 3일자 표지. [연합뉴스]

"대통령이 신이냐" 프랑스 리베라시옹 7월 3일자 표지. [연합뉴스]

마크롱의 지지율 급락은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마크롱은 국방예산 삭감과 세제ㆍ노동 개혁 과정에서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태도를 보여 ‘제왕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리비아 사태 해결을 주도해온 이탈리아를 제외한 채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외교적 미숙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은 리비아 통합정부의 파예즈 사라지 총리와 리비아 국토의 3분의 2 가량을 장악한 칼리파 하프타르 군사령관을 초청해 평화협상을 중재했고, 양대 정파는 무력 분쟁을 끝내고 내년 봄 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합법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하프타르 정부가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리비아 사태와 관련해 너무 많은 중재자와 계획이 있다. 프랑스가 첫 번째 국가도 아니지만 마지막 국가가 될 것 같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FT는 "혁신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프랑스와 국제사회를 사로잡았던 마크롱이 정치적ㆍ외교적 미숙함을 드러내면서 그에 대한 환상이 점점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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