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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한국회사 차 20여대 불 타… 마호메트 만평 항의 시위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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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5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서방 언론의 마호메트 만평 게재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일부 폭도는 삼미-대우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버스터미널에 방화, 터미널에 세워둔 버스들이 불에 타고 있다. [페샤와르 AP=연합뉴스]

파키스탄 시위대가 15일 삼미그룹이 운영하는 페샤와르의 버스터미널에 우발적으로 불을 질러 수십억원대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이슬람권에서 마호메트 만평에 대한 항의 시위 도중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피해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키스탄 북서부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인접한 페샤와르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는 7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일부 폭도가 삼미-대우고속 운수의 파키스탄 법인이 운영하는 버스 터미널에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해 터미널 건물과 버스 17대, 미니밴 3대, 승용차 2대 등이 전소됐다. 이날 시위대를 막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인 직원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국인 직원은 모두 법인이 있는 라호르에 살고 있으며, 페샤와르에는 주재하지 않고 있어 화를 면했다. 피해가 발생한 버스터미널은 ㈜대우 무역부문 소유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삼미그룹에 매각됐다.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관 노재용 영사는 "한국을 겨냥해 시위대가 터미널을 공격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터미널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은 없어 한국인 인명 피해는 전혀 없다고 업체 측이 알려왔다"고 밝혔다.

라호르에 주재하고 있는 이제병 법인장은 "오늘 페샤와르에서 시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차량을 터미널에 정차해 두도록 지시했다"며 "그런데 시위대가 밀고 들어와 마구잡이로 불을 질러댔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최소한 3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페샤와르와 이슬라마바드.라호르 등 3개 대도시에서 시위가 계속되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며 "현지 직원들에게도 일주일간 휴가를 주고 무조건 피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사고 발생 직후 라호르의 한국인 주재원 1명을 현지로 급파해 현황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상황이 '무법천지'에 가까워 현장의 상황보고가 언제 집계될지는 알 수 없다고 이 법인장은 설명했다.

한편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미국의 KFC 매장과 노르웨이의 휴대전화 회사 사무실이 시위대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강병철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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