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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존 리 옥시 전 대표 항소심도 무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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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 전 옥시 대표. [연합뉴스]

존 리 전 옥시 대표.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현우 전 대표는 1심보다 1년이 줄어든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들은 “검찰의 미흡한 수사로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졌다”며 반발했다.

재판부 "검찰 증거만으로는 과실 인정할 수 없다" #신현우 전 대표는 징역 7년에서 6년으로 감형 #피해자 단체 "추가 피해자 중심으로 존 리 고발할것" #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부장 이영진)는 26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업무상 과실을 범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존 리 전 대표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부는 “존 리가 ‘살균 99.9%-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거짓 표시광고를 알았는지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원심 판결은 옳다”고 판단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존 리 전 대표는 미국 국적자로 현재 구글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신현우 전 대표가 1년을 감형받은 것은 피해자들과의 합의가 이뤄진 점이 반영됐다. 재판부는 “화학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고도의 주의의무를 가져야 되는데 막연하게 문제가 없다는 생각으로 오늘 이르게 돼 안타깝고 피해자 수가 100명이 넘어 다른 어떤 사건보다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며 신 전 대표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인정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에 적극 노력해 소를 제기한 피해자 중 92%와 합의가 됐다"며 정상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전 옥시 연구소장 김모씨와 연구원 최모씨는 1심보다 1년씩 줄어든 징역 6년과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시에도 안전’이라는 문구를 넣은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업체 ‘세퓨’ 대표이사 오모씨는 2년을 감형받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은 이것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생각 없이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줬고 일부 피고인의 경우 자신의 딸까지 사망에 이르는 참담한 결과에 이르렀다”면서 감형의 이유를 말했다.

1심에서 금고 4년형을 선고받았던 한빛화학 대표 정모씨에게는 “옥시가 제공한 레시피에 따라 만들어줘야 하는 입장에서 독성실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왼쪽 두번째)가 26일 오후 신현우,존 리 전 옥시 대표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왼쪽 두번째)가 26일 오후 신현우,존 리 전 옥시 대표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선고를 지켜본 피해자 단체들은 곧바로 판결 결과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 강찬호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상식으로 판단하고 가족들은 땅에 묻은 가족들을 두고 판단을 한다. 5~6년이 지났는데 이제 100여 명 넘는 사람들과 합의한 것을 두고 노력이라고 1~2년을 감형해줬다. 피해자들의 시간을 합하면 천 년이고 만 년인데 어떻게 감형을 하느냐”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영 소장은 “존 리에 대한 무죄는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검찰의 책임이다. 존 리가 영어를 쓰기 때문에 제품의 문제점에 대해서 못 들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신 전 대표와 존 리 대표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최저 징역 1년부터 징역 7년까지 처할 수 있다”고 기준을 밝히며 최고형에 가깝게 선고를 내렸다.

이에 대해 민변 최재홍 변호사는 “유해범죄에 따른 특수범죄에 있어서는 법정형을 상향해야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 단체들은 존 리에 대해 추가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최 변호사는 “존 리 관련 참고인들이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소환되거나 조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증이 부족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존 리에 대해서 검찰이 상고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조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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