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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테슬라' 자율주행 선박 내년 말 띄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르면 내년 중 세계 첫 무인 운항을 하게 될 노르웨이 자율주행 선박 야라 버클랜드 이미지. [사진 야라 인터내셔널]

이르면 내년 중 세계 첫 무인 운항을 하게 될 노르웨이 자율주행 선박 야라 버클랜드 이미지. [사진 야라 인터내셔널]

 도로에서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무인 자율 주행’ 시대가 열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기업 2곳이 합작·건조 중인 세계 첫 무인 화물선이 이르면 내년 말 시범 운항을 한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기업 2곳 비료 운반용 화물선 제작 #화석연료 없이 전기로 작동 "2020년 상용화"

야라 버클랜드라고 명명된 이 무인선박 프로젝트는 노르웨이 농화학업체인 야라인터내셔널과 방산업체 콩스버그그루펜이 합작했다. 노르웨이 남서부 포스구룬 비료 생산 공장으로부터 약 60㎞ 떨어진 라비크 항구까지 컨테이너 100개를 운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상에서 무인 자율주행 시대를 선도하는 테슬라를 본따 ‘바다의 테슬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배는 탄소 배출 없이 전기로만 작동하며 승조원 없이 항법위성장치(GPS)·레이더·카메라 등만 장착한다.

선박 건조엔 2500만 달러(약 280억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 화물선 3척을 만들 수 있는 비용이다. 대신 선원이 없고 화석연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연간 유지비용이 90% 절감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게다가 공장과 항구를 오가는 트럭운행이 연간 4만 건 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육지의 탄소배출 감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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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라인터내셔널측은 이르면 내년 말 시범 운항에 나선다. 처음엔 배 위에 유인 조종실(선교)을 두고 다음 단계에선 조종실을 해안으로 뺀다. 최종적으론 2020년쯤 배를 무인자율화하고 지상에선 원격 관리만 한다. 콩스버그 CEO 게이르 하오이는 “원격조종 하에 드론을 날리는 것과 같은 형태”라면서 “GPS와 고도 카메라로 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용화까지는 관련 규제 정비도 필요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주행 선박 규제 관련 법안이 오는 2020년 이후에나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야라 측은 관련 규제가 정비되면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대형 무인 선박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 경우) 우리의 비료를 네덜란드에서 브라질까지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자율주행 선박이 단거리에선 상용화될 수 있어도 원거리 상용화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기술보다는 경제성 문제다. 덴마크에 위치한 시인텔리전스 컨설팅의 라스 젠슨 최고경영자(CEO)는 “(무인 선박은) 초기 제작비용도 높은데다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만약에라도 바다에서 고장날 경우 전문가를 투입해 수리하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육지보다 변화무쌍한 기후와 해류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활개치고 있는 해적도 변수다.

노르웨이가 자율주행 선박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속속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WSJ는 영국의 롤스로이스 홀딩스가 오는 2020년까지 로봇이 운행하는 자율운항 선박(robotic ships)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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