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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카뱅'...1억원도 모바일 신용대출 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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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식료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대표인 김진구(46)씨는 한 달에 한 번씩 해외 송금을 위해 시중은행 영업점에 방문한다. 2013년 호주 브리즈번으로 유학을 간 두 딸과 부인의 교육비·생활비를 대주기 위해서다. 그가 호주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은 500만원으로 매번 약 4만5000원가량의 송금 수수료를 지불해 왔다.

카카오뱅크 27일 영업 개시 #신용 8등급자용 대출 상품도 준비 #대부업체 고객들도 이용 가능해져 #해외송금 수수료는 10분의 1 수준 #1억 넘는 고액도 ‘카뱅’서 모바일 신용대출

김씨는 “지난 5년간 송금 수수료로 쓴 돈만 200만원이 넘는다.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봤지만 안전하고 편하게 돈을 보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시중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처럼 매달 해외로 송금하는 시중은행 고객의 가장 큰 불만은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었다. 현재 시중은행에선 5000달러(약 560만원) 기준 약 5만원의 해외송금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기본적인 송금 수수료는 1만원 안팎이지만 은행 간 전신문을 주고받는데 드는 비용인 전신 수수료와 중개·수취 수수료 등이 더해지며 전체 송금 수수료가 불어난다.

오는 27일 출범하는 카카오뱅크는 이런 해외송금 수수료 비용을 파격적으로 줄이며 시중은행과의 ‘수수료 경쟁’을 예고했다. 카카오뱅크가 23일 공개한 해외송금 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5000달러 송금 기준 단돈 5000원으로 모든 송금 업무를 마칠 수 있다.

5000달러를 초과할 경우 1만원이 책정된다. 다만 일본·태국·필리핀으로 송금할 경우 금액에 상관없이 8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현지 은행 상황에 따라 중개·수취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출범과 동시에 시중은행이 독식해 온 해외송금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총 89억7000만 달러(약 10조374억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해외송금 대부분은 학자금이나 생활비 등 소액 송금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해외송금이 개인적인 용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해외송금의 주요 고객 또한 일반 고객이란 의미다. 한 시중은행의 해외송금 서비스개발 담당자는 “카카오뱅크의 송금 서비스가 시작되면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던 송금 서비스 상당 부분이 카카오뱅크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출범으로 해외송금 뿐 아니라 기존 시중은행이 제공하던 모든 서비스로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하며 시작된 은행업계 지각변동이 두 번째 주자인 카카오뱅크 출범으로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신용대출 상품을 준비하며 시중은행과의 ‘대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우선 신용등급이 높고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고객들을 위해 한도가 1억원이 넘는 ‘고신용 대출’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시중은행들도 모바일을 통한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지만 한도가 1억원이 넘는 상품을 다루는 곳은 씨티은행 뿐이다.

신용등급 4~7등급의 고객들을 위한 차별화된 중금리 대출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주주사인 SGI서울보증의 보증을 활용해 신용등급 8등급인 고객들도 1금융권인 카카오뱅크를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의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 대출마저도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인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1금융권 고객부터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 고객까지 모두 카카오뱅크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담보대출 시장 또한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예정이다. 지난 4월 출범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올해 안에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고, 카카오뱅크 또한 신용대출상품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까지 대출 상품 구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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