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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고 한때 비’ 예보했는데 100㎜ ‘물폭탄’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전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물폭탄’이 쏟아졌다.

90대 치매 노인 숨진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   (인천=연합뉴스) 23일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노인이 함께 있던 80대 아내가 윗집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사이 숨졌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A(96)씨가 호흡 없이 방 안에 가득 찬 빗물 위에 떠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했다. 2017.7.23 [독자 제공=연합뉴스](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90대 치매 노인 숨진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 (인천=연합뉴스) 23일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노인이 함께 있던 80대 아내가 윗집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사이 숨졌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A(96)씨가 호흡 없이 방 안에 가득 찬 빗물 위에 떠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했다. 2017.7.23 [독자 제공=연합뉴스](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날 폭우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노인이 숨졌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55분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택 지하에서 A(96·남)씨가  방 안에 가득 찬 빗물 위에 떠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아찔한 사고가 잇따랐다. 인천 청천동에서는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폭우로 공사장 내부에 물이 50㎝가량 차올랐고 인부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침수 사고도 속출했다. 경기 고양시에서는 오전에만 128가구의 침수 피해가 신고됐다. 서울 은평구 불광천길 증산 철교 하부도로 양방향과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 북항 터널 양방향, 제2자유로 강매나들목 도로도 침수돼 통제됐다. 전날 기상청 예보만 봤을 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을 일이다.

이는 전날 저녁 무렵까지만 해도 큰 비는 없을 것이라던 기상청 예보와는 전혀 다른 결과다.

기상청은 전날 오후 5시에 발표한 단기예보에서 서울의 강수 확률을 오전과 오후 각각 60%, 20%로 예측하면서 ‘흐리고 한때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의 경우 강수 확률은 오전, 오후 각각 30%, 20%로 흐릴 것으로만 예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55분 현재 전국에서 호우경보가 해제된 가운데 경기 고양의 누적 강수량은 155.5㎜를 기록했다.

서울·의왕 135.5㎜, 시흥 129.0㎜, 군포 121.5㎜, 광명 109.0㎜, 양주 107.0 ㎜, 인천 92.0㎜ 등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10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예상보다 남쪽으로 이동했다”며 “장마전선의 정체 현상 때문에 올여름 내내 국지적으로 비가 오고 있고, 예측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장마전선이 남하하면서 쭉 비를 뿌리고 갔을 텐데 올여름에는 남부지방의 따뜻한 공기와 부딪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날 장마전선이 북한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 시속 30㎞였는데 서울, 경기를 지나면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며 한 시간 사이에 강한 비를 뿌렸다”고 설명했다.

24일 전국에 구름이 많은 가운데 내륙을 중심으로 오후에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상했다. 예상강수량은 5∼40㎜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최고기온이 33도로 오르면서 매우 덥겠고 일부 지역에는 열대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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