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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증세’ vs ‘세금폭탄’ 증세대전 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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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증세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 대표가 제안한 ‘초고소득자, 초대기업 증세’가 시발이다. 정부여당은 특정계층을 향한 “핀셋증세”라고 주장했고 자유한국당은 “부자들의 엑소더스로 서민 고통만 가중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신중론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추경안 처리하며 한숨돌린 국회 #곧 증세 여부 놓고 대결 #여권에선 '초고소득·초대기업 겨냥한 증세" #자유한국당 "외국은 법인세 내리는데, 시대착오적"

정부와 여당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하는 세법 개정안에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여당은 세법개정안의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초대기업,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라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증세안이 지난해 민주당의 주장보다 완화된 것이란 점도 개정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영업이익 500억원 초과 기업에 25%(기존 22%)의 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대상 기업이 440곳에서 116곳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초대기업은 전체 신고대상 기업의 0.019% 수준이고, 초고소득자도 국민의 0.08%”이라며 “상위 0.08%의 슈퍼리치에 대한 증세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공조를 기대하고 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 대선후보 모두 증세를 공약했다. 여야에 증세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두 당의 현재 기류는 좀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별다른 지출 감축 노력 없이 증세를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란 기조가 더 강하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증세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증세를 해도 4조원 정도의 세수가 더 걷히는데 이것으로 어떻게 178조원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진정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증세안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한국당은 여당의 증세안에 대해 “시대착오적 좌표이탈”(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이라고 공격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렇게 가다간 우리 초우량 대기업이 해외로 탈출하는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0.9%포인트나 올랐고,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무리한 공약을 위해 세금 인상으로 국민의 부담을 전가하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도 하지만 ‘부자 증세’에 반대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건 부담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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