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순위, 근로자 수로 정하자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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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호 18면

Devil’s Advocate

지난 18일 서울 남대문로 상공회의소에서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은 “재계 순위를 정하는 기준을 자산 총액에서 근로자 수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지낸 정통 재무관료의 발언으로는 이례적이다. 재계 순위라는 용어 자체가 재벌 그룹간의 서열을 매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외환위기 이후 잘 쓰지 않는 용어다.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 삼성·LG전자, 현대·기아차, 이마트, KT,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됐지만 한화·현대중공업·포스코 등은 빠졌다. 이날 간담회 직후 이 부위원장은 “일자리 확대에 기업들이 공감하는 기회였다”고 자평했다. 삼성·KT 등은 발빠르게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고용을 더 많이 하는 기업에 조세감면을 비롯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대학 구조조정 등은 외면한 채 공무원 증원 등 임시방편에만 매달리는 정부의 고용 정책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근로자 수로 기업들을 줄 세우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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