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청와대 캐비닛 문건' 이재용 재판 증거로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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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실 캐비닛에 보관돼있던 문서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청와대가 삼성 현안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 #재판부, 변호인 의견 듣고 증거 채택 여부 결정 #특검, 박근혜 전 대통령 세 번째 증인 신청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의 심리로 21일 열린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특검팀은 최근 청와대로부터 제출 받은 문서 16건을 증거로 추가 제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이 사용하던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이 사용하던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지난 14일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거기엔 ‘삼성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내용이 담긴 자필 메모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민정수석 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작성해 출력한 문건”이라며 “기본적으로 오늘 저희가 제출한 문건들은 작성자와 작성 경위가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 특검보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최대 현안이었고, 청와대가 이같은 현안을 인식하고 지원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양 특검보는 “2014년 6월 20일 김영한 당시 민정수석의 수첩에도 ‘삼성그룹 승계과정 모니터링’이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해당 문건이 지난 2014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됐던 이모 검사가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 지시로 문건 작성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검팀의 자료 제출에 대해 “증거가 늦게 제출된 사유를 인정할 수 있는 만큼, 제출 시기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를 배척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이 부회장의 변호인에게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전혀 검토를 못 한 상태라 즉답을 주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추가 증거가 제출되면서 이 부회장 사건의 결심 공판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재판부는 다음달 4일 결심 공판을 예정했다.

이날 특검팀은 지난 5일과 19일 두 차례 불출석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팀은 26일에 예정된 최순실씨의 증인신문 전에 박 전 대통령을 신문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의 신문이 오전 2시간 안에 다 끝날 수 없다”며 “반대신문을 밤 늦게까지 하다보면 피고인은 시간에 쫓길 수 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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