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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 군산 ‘동국사’ 관광 편리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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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북 군산시 동국사 대웅전. 국내에서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사진 군산시]

전북 군산시 동국사 대웅전. 국내에서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사진 군산시]

“나는 일본식 담을 두르고 있는 동국사의 정문까지 갔다. 마당은 정결했다. 본당이 웅장했다. 서쪽으로 종각이 있고, 거기에 큰 범종이 달려 있었다.”

시, 주차장·체험시설 조성키로 #역사 아픔 서린 이색사찰 입소문 #주차난 해소로 방문객 증가 기대

고은 시인의 자전소설 『나, 고은』 중 일부다. 전북 군산시 금광동에 있는 동국사(東國寺)는 고은 시인이 1951년 출가한 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국사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다. 한국의 전통 사찰과 달리 처마에 장식이나 단청이 없다. 건물 외벽에 창문이 많고, 지붕 경사가 가파른 게 특징이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500여 개의 일본식 사찰은 1945년 해방 이후 대부분 철거됐지만 동국사만 훼손되지 않고 남았다. 이런 동국사에 문화체험 시설과 주차장이 새로 만들어진다.

군산시는 20일 “동국사 인근에 20억원을 들여 3층 규모의 주차장 및 문화체험 시설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연면적 1500㎡인 건물 1, 2층에 50대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하고 3층에는 동국사의 유물 등을 전시하는 문화체험 공간과 편의시설을 여는 게 골자다. 그동안 관광객들은 동국사에 딸린 주차장이 없어 불편을 겪어 왔다. 군산시는 오는 10월 공사를 시작해 내년 말 마무리할 예정이다.

동국사는 일본 불교 종단인 조동종(曹洞宗) 승려 우치다(內田)가 일본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 1913년 창건한 절이다. 원래 이름은 금강사(錦江寺)였다. 당시 금강사는 포교 목적이 아니라 한국인들을 일본에 동화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에 의해 세워진 사찰이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 국가에 이관됐다 1970년 남곡스님이 ‘해동대한민국’의 줄임말인 ‘동국사’로 명칭을 바꿨다.

동국사 대웅전에 봉안된 소조석가여래삼존상. 조선시대 응매스님이 1650년에 나무에 흙을 입혀 만들었다. 이 불상과 그 안에 든 복장(腹藏)유물은 2011년 9월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됐다. [사진 군산시]

동국사 대웅전에 봉안된 소조석가여래삼존상. 조선시대 응매스님이 1650년에 나무에 흙을 입혀 만들었다. 이 불상과 그 안에 든 복장(腹藏)유물은 2011년 9월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됐다. [사진 군산시]

동국사는 대웅전을 포함한 절 건물과 불교용품, 탱화 등 유물과 자료 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일본식 법당인 대웅전은 등록문화재 제64호다. 법당 안에는 조선시대 응매스님이 1650년에 만든 소조석가여래삼존상(보물 제1718호)이 봉안돼 있다.

동국사는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만큼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사찰 안에는 조동종 측이 강제 지배의 역사를 반성하며 ‘참회와 사죄의 글’을 새긴 참사비가 있다. 참사비 옆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다. 2015년 8월 국내에서 11번째, 전북에서는 처음 세워진 소녀상이다.

동국사는 독특한 사찰 양식과 숨은 이야기가 입소문이 나면서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군산의 대표 관광지가 됐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문화체험 시설과 주차장이 신축되면 동국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주차난이 해소되고 근대 건축 자산을 바탕으로 한 군산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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