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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남북관계 경색 뚫고 금강산 갈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4주기 추모식을 다음달 4일 금강산에서 열기 위해 현대아산 측이 제출한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19일 승인했다.

통일부, 현대아산 관계자 금강산행 위한 북한주민접촉 승인 #현대아산, 내달 4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도식 현지진행 희망 #방북이뤄질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북한측 받아들일지 주목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사망한 직후인 2003년 8월 유가족과 임직원들이 금강산 온정각 인근에 추모비를 마련하고 제막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사망한 직후인 2003년 8월 유가족과 임직원들이 금강산 온정각 인근에 추모비를 마련하고 제막식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통일부 당국자는 "현대아산 측에서 금강산 방문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 당국자들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어제(18일)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남북관계에 긍정적 역할을 했고, 지난해를 제외하곤 현지에서 추도식을 계속해 왔다는 점 등을 고려해 승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북측과 현정은 회장 등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방북을 위한 협의를 북측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또 북측이 방북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변안전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초청장을 보내오면 현 정부 들어 첫 방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 국민들이 북한 주민을 접촉할 경우 사전에 통일부에 접촉 계획을 알리고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 절차는 통일부 홈페이지 등에서 실시하게 되는 통일부가 접수를 하면 승인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접수를 받지 않는 '접수 유예' 방식으로 방북은 물론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 자체를 막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민간을 분리해 접근하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민간인들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를 중심으로 북한 주민 접촉을 승인해 왔다. 정부는 방북도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북측이 초청장을 발급하지 않아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위한 협의(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이 정 전 회장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데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방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이 정 전 회장의 유해 일부를 금강산에 묻고, 추모비 건립을 허용하는 등 현대아산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정치적 문제와 별개로 현지에서 추모식이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3년 8월 4일 정 전 회장이 사망한 뒤 매년 금강산 특구 온정각 맞은편의 추모비 앞에서 추모식을 열었지만 지난해에는 북한 핵실험 등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
금강산관광은 1998년 정 전 회장이 북측과 계약을 체결한 뒤 햇볕정책의 옥동자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난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9년간 중단됐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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