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권력기관 감사 강화하고 대통령 수시보고 개선..혁신발전위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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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진행중인 감사 사안을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권력기관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타파하기 위한 조치다.

감사원은 19일 ‘감사원혁신ㆍ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6개월 동안 감사원의 ▶행정 감시 기능 강화 ▶독립성ㆍ투명성 제고 ▶개헌 관련 소속ㆍ기능 재편 ▶책임성과 자율통제 강화 등 4개 분야 10대 과제를 논의한다.

총 7명의 위원 가운데 학계ㆍ시민단체, 정부 출신 인사 등 외부 전문가 4명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송석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한국헌법학회 회장, 방문규 전 보건복지부 차관,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외부위원으로 위촉했다. 내부 몫으론 정길영 감사위원과 이익형 공직감찰본부장, 손창동 기획조정실장이 참여한다.

회의에 앞서 황찬현 감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고, 시대적 흐름에 맞는 한 차원 높은 혁신과 발전을 위하여 감사원혁신ㆍ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에서 채택된 혁신과제는 제도화해 반드시 이행되도록 할 것이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 국회ㆍ정부와 협력해 입법화하겠다”고 말했다.

위원장에 위촉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권력으로부터는 독립적이되, 국민에게는 더욱 다가가는 공정하고 유능한 감사원이 돼야 할 것”이라며 “감사원에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실질적인 혁신으로 이끄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100대 과제 중에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를 제시했다. 당장 올해부터 대통령에 대한 수시보고를 개선하고, 감사위원회의 의결 공개 등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원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감사원은 19일 감사원 혁신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황찬현 감사원장. <중앙포토>

감사원은 19일 감사원 혁신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황찬현 감사원장. <중앙포토>

‘대통령 수시보고’를 통해 비위 사실이 묵인되거나 적절한 시기를 선택해 감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권력의 통제를 받아왔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요지다. 당장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대한 감사 결과를 놓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황 원장은 이 회의에서 “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했다"며 "1년에 2∼3회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하고, 현 정부 들어서는 6월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감사원혁신ㆍ발전위는 ‘대통령 수시보고’와 관련 그 과정과 내용을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또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대해선 감사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짐에 따라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감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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