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선거구 획정 전 금품 돌린 건 기부행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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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가 사라진 기간 동안 치킨과 금품을 돌린 것은 기부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부행위 금지 전제인 '당해 선거구' 존재하지 않아 죄 안돼" #지난해 1월 치킨과 돈 돌린 한국당 강석진 의원 부인에 무죄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18일 자유한국당 강석진(58ㆍ초선) 의원의 부인 신모(56)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해 총선 당시 선거 유세 중인 강석진 의원 [강석진 의원 페이스북]

지난해 총선 당시 선거 유세 중인 강석진 의원 [강석진 의원 페이스북]

지난 총선에서 경남 산청ㆍ함양ㆍ거창ㆍ합천 지역구에서 당선된 강 의원의 부인 신모(56)씨는 선거운동 기간 중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해 1월9일과 1월29일 “새누리당 경선을 도와달라”며 거창대학 총학생회장 김모씨 등에게 치킨과 맥주를 사주고 5만~10만원씩 용돈을 준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씨의 행위가 공직선거법 113조 기부행위 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판단하고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치킨과 용돈을 돌린 것은 “국회의원 후보자와 그 배우자는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ㆍ단체ㆍ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후보의 배우자가 금지된 기부행위로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국회의원 당선은 무효가 된다.

문제는 신씨가 치킨과 용돈을 돌린 시점은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던 때였다는 점이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10월20일 당시 선거구획정표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서 법 개정 시한을 2015년 12월31일로 못박았지만 국회는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지난해 3월3일 새벽에야 처리했다. 두 달 이상 ‘무(無) 선거구’상태가 계속된 것이다.

과거 부정선거 단속 관련 자료 사진 [중앙 DB]

과거 부정선거 단속 관련 자료 사진 [중앙 DB]

1심부터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 측은 “기부행위 제한의 취지는 ‘기부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장래 실시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조문 중 ‘당해 선거구’란 ‘장래 시실될 선거에서의 선거구’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원심 법원은 “행위 당시 선거법에 규정돼 있던 선거구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며 “선거구 구역표가 효력을 상실한 상태에서는 ‘당해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선거구민’이라는 개념도 있을 수 없으므로 이 시기에 신씨가 치킨 등을 돌린 것은 금지된 기부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심 법원은 신씨의 행위가 금지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검찰의 추가기소에 대해서도 “당내 경선을 도와달라는 취지임이 명확해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지하철 역사에서 명함을 뿌린 혐의로 항소심까지 벌금 90만원 형이 선고됐던 송영길(4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선고는 이날 예정돼 있었지만 기일이 연기됐다.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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