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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정부 민정수석실 캐비닛이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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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청와대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문건 300건가량을 발견했다”고 밝히며,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일부를 공개했다.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용 등 현안 관련 메모가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청와대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문건 300건가량을 발견했다”고 밝히며,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일부를 공개했다. 문건에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용 등 현안 관련 메모가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생산한 문건과 메모 300여 건을 조국 민정수석실이 발견했다.

청와대 "문건·메모 300여 건 발견” #우병우 근무와 작성시기 일부 겹쳐 #삼성 승계·블랙리스트 등 담겨 #“국정농단 관련 사본 특검에 제출” #야당 “11일 지나 뒤늦은 공개 의아”

문건 중에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단사건 재판의 핵심 쟁점과 관련한 당시 청와대의 입장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 있는 ‘문화·예술계 건전화’라는 문건도 있다. 해당 문건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나왔다고 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과정에서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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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2013년 3월~2015년 6월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시기(2014년 5월~2015년 1월)와 겹친다. 우 전 수석은 2015년 2월 민정수석으로 승진, 2015년 2월 이후 작성된 문건은 민정수석 근무 시절 생산한 것이다.

박 대변인은 “문건 중 (최순실) 국정 농단사건과 관련된 것은 사본을 (공소 유지 중인) 특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문건 300여 건은 모두 우병우가 민정비서관으로 직접 생산했거나 우병우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캐비닛 하나에서 저렇게 중요한 증거가 수백 건 쏟아진 걸 보면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아 냈는지, 문서파쇄기를 수십 대 사들여 밤낮으로 문서를 갈아 없애고 청와대 메인 서버를 디가우징(자기장으로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복구 불가능하게 지우는 기술)했는지 이해되고도 남는다”고 했다.

문건 중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 문구 밑에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표현이 있다.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金産) 분리 원칙 규제 완화 지원’ 등의 구체적 지원 방식도 적시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은 직접 펜으로 쓴 메모 원본과 또 다른 메모의 복사본이 담긴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계 건전화’라는 제목의 문건엔 ‘건전 보수권을 국정의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밖에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회 일부 인사의 대리기사 폭행사건과 관련한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도 나왔다.

야당은 반응이 엇갈렸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며 “지난 3일 발견한 문건을 14일까지 함구하다 오늘 공개한 것에 어떤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을 현 시기에 발표한 것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국정 농단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강태화·김형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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