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페스티벌이 反美 문명국 건설이라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26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평양 대동강변에서 ‘대동강맥주축전’(맥주페스티벌)을 연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축전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통신은 “대동강맥주공장에서 생산하는 1~7번 맥주와 새로 개발한 밀맥주 등을 선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은 축전 기간에 맥주 맛보기 경기와 유람선 ‘대동강’ 선상에서도 대동강 맥주를 맛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 1동에 위치한 대동강맥주공장 전경 [중앙포토]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 1동에 위치한 대동강맥주공장 전경 [중앙포토]

대동강 맥주는 용성(룡성)맥주와 봉학맥주, 평양맥주 등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맥주로 꼽힌다. 평양시 사동구역(한국의 ‘구’) 송신 1동에 위치한 대동강맥주공장은 하루 200~300t 가량을 생산해 북한 주민들이 소비하는 맥주의 5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과 독일에서 수입해 건설한 대동강맥주공장의 생산 시설에서 만든 병맥주를 공장 종업원이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영국과 독일에서 수입해 건설한 대동강맥주공장의 생산 시설에서 만든 병맥주를 공장 종업원이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대동강맥주공장 연구사가 맥주 성분을 점검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동강맥주공장 연구사가 맥주 성분을 점검하고 있다. [중앙포토]

평양대동강맥주공장 생산시설 전경. 하루 200~300t의 맥주를 생산한다고 한다. [중앙포토]

평양대동강맥주공장 생산시설 전경. 하루 200~300t의 맥주를 생산한다고 한다. [중앙포토]

대동강맥주공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12월 사망)의 지시에 따라 독일과 영국에서 기계를 들여다 2002년 문을 열었고, 대부분 자동화돼 있다. 800여 명의 근로자들이 흑맥주를 포함, 다양한 맥주를 생산 중이고, 최근에는 생맥주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북한은 평양시내에 100여 곳에 호프집을 열고 대동강 맥주를 판매중이다.

평양 대동강맥주공장 건물에 있는 생맥주 판매대. [중앙포토]

평양 대동강맥주공장 건물에 있는 생맥주 판매대. [중앙포토]

2000년대 후반 한국에서도 대동강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전문점이 문을 열고, “유럽 맥주 느낌”이라며 매니어들도 생겼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북한과의 교역을 금지하는 5·24 조치 등으로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거의 사라졌다.

북, 26일부터 평양 대동강변서 한달간 맥주 '축전' #유람선 선상에서도 맛볼 수 있어 #영국, 독일서 들여온 설비로 생산 #북, "제국주의 압살 책동에도 인민의 행복 보여줘"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전을 열기로 함에 따라 대동강 맥주 축전을 정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여행객들을 겨냥한 외화수입과 함께 북한 주민들의 복지 차원에서 맥주 축전을 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북한 언론 매체들은 지난해 대동강맥주 축전 개막식을 소개하며 “축전은 미제와 그 추종세력의 고립·압살 책동을 짓부수며 사회주의 문명 강국을 건설해 나가는 우리 인민의 행복하고 낙관에 넘친 생활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삶에 문제가 없다는 과시인 셈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