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넘게 사라지면 사고 치는 남자, 김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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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은(얼굴)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사라지면 ‘사고’를 예상해야 한다. 적어도 장기간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난 경우엔 그랬다. 중앙일보는 지난 5년간 북한 언론 등에 나온 김정은의 공개활동 현황을 분석했다.

5년 공개활동 분석 … 패턴 드러내 #8일간 두문불출 후 장성택 처형 #ICBM급도 13일간 잠적하다 발사

그가 일주일 이상 공개활동을 중단한 횟수는 모두 27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첫해인 2012년 10회, 2013년 7회, 2014년 1회로 감소했다. 2015년에 일주일 이상 ‘잠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4회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5회로 다시 늘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은 “김정은은 집권 초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권좌를 물려받은 뒤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개활동을 중단한 채 업무 파악에 몰두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붙으면서 공개활동을 늘리면서도 동시에 현안 대응을 위해선 비공개활동을 주로 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장고(長考) 끝에는 ‘일’이 터졌다. 당장 한·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분류한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발사(4일) 전 김정은은 13일간 북한 언론에서 모습을 감췄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언론들은 지난달 20일 김정은이 치과 위생용품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한 뒤 지난 4일 오후가 돼서야 그가 미사일 발사현장에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4일 북한이 신형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쏘기 전에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8일 동안 그의 흔적이 없었다. 지난해 2월 7일 장거리로켓(미사일) 광명성을 쏠 때나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전후해서도 김정은은 각각 9일과 6일씩 모습을 감췄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뒤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하면서 그가 직접 챙겼다는 북한 보도 내용을 고려하면 그가 공개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사일 제작현장을 방문하는 등 다른 활동을 중단한 채 핵과 미사일 챙기기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적 뒤 사건이 발생했던 패턴은 북한 내부 상황과도 연관성을 보였다. 2013년 12월 12일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할 때가 대표적이다. 북한 언론들은 그가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을 방문했다고 같은 해 11월 30일 보도한 뒤 8일간 김정은의 동정을 다루지 않았다. 소위 삼지연 구상 뒤 장성택 처형을 결심하는 기간이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또 2012년 7월 말 이영호 총참모장을 처형하기 전에도 16일부터 23일까지 모습을 감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제1위원장 타이틀을 유지하다 최고지도자에 오른 지난해 5월 5일 7차 당대회를 앞두고도 그는 언론에서 사라졌다(4월 25일~5월 5일).

전현준 원장은 “김정은이 2013년 9월 다리를 다쳐 40일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적도 있다”며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가 장기간 안 보일 경우 무슨 일을 꾸미는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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