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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안무 싹 바꾼 ‘캣츠’ … 고양이의 변신도 무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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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1일 뮤지컬 ‘캣츠’ 서울 공연이 시작됐다. ‘캣츠’는 국내에서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은 뮤지컬이다. 2003년부터 모두 9번(내한공연 7번, 라이선스 공연 2번) 공연됐는데, 1200여 회 공연에서 모두 167만여 명이 관람했다. 서울 공연은 9월 10일까지이고 이후 지방 공연이 예정돼 있다. 올해도 몰려드는 예약에 티켓 상황이 여의치 않다.

리바이벌 버전 뮤지컬 국내 첫선 #젊어지고 흉터 커진 그리자벨라 #한결 단정해진 반항아 럼 텀 터거 … #고양이 36마리 모두 스스로 분장

올해 내한공연은 의미가 각별하다. 2014년 12월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 때 모습을 드러낸 리바이벌 버전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리바이벌 버전은 캐릭터 분장과 안무 등에서 변화를 줬다. 특히 캐릭터 분장이 달라진 건 중요한 변화다. ‘캣츠’는 개성이 뚜렷한 고양이들이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드라마를 끌고 가기 때문이다. 이번 내한공연을 책임진 크리시 카트라이트 협력연출로부터 분장이 표현하는 주요 캐릭터 이야기를 들었다.

참, 고양이는 스스로 변신한다. 배우가 직접 분장을 한다는 뜻이다. 무대에는 모두 36마리의 고양이가 오른다. 이 중에서 30마리가 이름이 있다. 분장 담당 스태프가 이 많은 고양이를 한꺼번에 변신시킬 수 없어 ‘캣츠’는 1980년대 공연 초기부터 배우가 스스로 분장하는 전통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고양이로 변신하는 데 1시간쯤 걸린다.

그리자벨라(Grizabella)

그리자벨라 오리지널 버전. [사진 클립서비스]

그리자벨라 오리지널 버전. [사진 클립서비스]

그리자벨라 리바이벌 버전. [사진 클립서비스]

그리자벨라 리바이벌 버전. [사진 클립서비스]

바깥 세상을 떠돌다 돌아온 사연 많은 고양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뮤지컬 넘버 ‘메모리’를 그리자벨라가 부른다. 얼굴을 가만히 보면 세월의 풍파가 읽힌다. 이마에 큰 흉이 졌다. 그리자벨라는 이번 버전에서 외모가 가장 많이 달라진 고양이다.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마스카라와 립스틱이 번진 자국이 두드러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마의 상처를 키우는 대신 눈가 주름살은 줄였다. 화장 번진 자국도 덜하다. 머리 모양과 의상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오리지널 버전의 그리자벨라는 왕년에는 매혹적이었으나 지금은 늙어서 추한 고양이었다. 리바이벌 버전에서는 그리자벨라가 젊어졌다. 대신 상처는 커졌다. 그리자벨라는 T.S 엘리엇의 원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는 없는 캐릭터다. ‘캣츠’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T.S 엘리엇의 유족으로부터 원작에서 빠진 그리자벨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되살린 일화가 전해온다.

럼 텀 터거(Rum Tum Tugger)

럼 텀 터거. [사진 클립서비스]

럼 텀 터거. [사진 클립서비스]

최고의 인기스타 고양이다. 특히 암고양이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원작에서는 그냥 말썽꾸러기 고양이였는데, 뮤지컬에서는 반항미 풍기는 남성 고양이로 신분이 상승했다. 모든 게 제 마음대로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록스타처럼 꾸몄다. 지난 버전과 외모는 큰 차이가 없다. 다소 정갈해진 느낌이다. 1950년대 록앤롤 스타를 본 땄기 때문에 당시에 유행했던 구레나룻 수염을 붙였다. 화려한 갈기에서 사자가 연상된다. 입이 유난히 큰 것도 맹수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거스(Gus)

거스. [사진 클립서비스]

거스. [사진 클립서비스]

젊었을 때는 유명한 배우였지만 지금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늙고 병든 고양이다.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너덜너덜한 누더기를 걸치고 어슬렁거린다. 머리 모양을 자세히 보실 것. 옆머리 한쪽은 반듯이 뒤로 넘어갔는데 한쪽은 풀어져 있다. 젊었을 때는 단정하게 머리를 뒤로 넘겼는데 지금은 머리 정리도 못하고 사는 꼴을 상징한다. 거스 캐릭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거스는 무대에서 스스로 변신을 한다. 저 누더기를 벗고 젊었을 적의 그로울타이거(Growltiger)로 돌아간다. 저 큼직한 누더기 안에 비밀이 숨어있다.

미스터 미스토펠리스(Mr. Mistoffelees)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사진 클립서비스]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사진 클립서비스]

어린이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다. 무대에서 불과 폭죽을 쓰는 마술을 펼쳐 보인다. 검은색 의상에 반짝거리는 보석을 다닥다닥 붙였다. 이전 버전보다 더 마법사처럼 보이게 했다는데, 모습보다 더 달라진 건 역할이다. 옛날에는 대사가 없었으나 바뀐 버전에서는 노래를 부른다.

빅토리아(Victoria)

빅토리아. [사진 클립서비스]

빅토리아. [사진 클립서비스]

가장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온통 하얗다. 빅토리아는 순수함과 순진함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이전 버전보다 털이 짧아졌다. 그래서 더 귀여워졌다. 크리시 카트라이트 협력연출은 “리바이벌 버전에서 분장의 원칙은 더 고양이처럼 보이게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원칙과 가장 잘 맞는 고양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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