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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또 들썩, 규제 전보다 더 뛴 곳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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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최근 가격이 올라 6·19 대책 발표 이전 시세를 회복했다.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최근 가격이 올라 6·19 대책 발표 이전 시세를 회복했다.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재건축 최대어’인 잠실동 주공5단지 76㎡(이하 전용면적)가 최근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6·1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최대 5000만원 내려갔던 가격이 다시 올라 종전 최고가(15억3500만원)도 넘어섰다.

매물 소화되며 대부분 가격 회복 #최대어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 #15억5000만원 거래 사상 최고치 #“추가 대책 가능성, 투자 신중해야”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규제로 관망세를 보이던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섰고, 매물이 하나둘 팔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4단지도 대책 이전 호가(부르는 값)를 회복했다. 지난달 초 10억3000만원선이던 4단지 42㎡는 대책 이후 3000만원 하락했다가 최근엔 10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온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76㎡도 대책 이전보다 1000만원 올라 12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정부의 투기 단속과 6·19 대책 등 각종 악재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인다. 6·19 대책 발표 이전 시세를 회복하고, 일부 단지는 종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정부 단속을 피해 문을 닫은 중개업소들이 이달 들어 영업을 재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개포동이나 잠실 일대 중개업소의 절반 정도가 문을 열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운계약 같은 불법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단속반이 영업 장부를 가져가고 부담스러워 피한 것이다. 너무 오래 문 닫으면 손님이 끊길까 봐 다시 문을 열었더니 급매물이 팔리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강남은 주택 수요보다 공급물량이 부족하다. 강남 4구에선 하반기 재건축으로 인해 1만 가구가 이주할 예정이지만, 입주 물량은 4000여 가구에 그친다. 정연식 내외주건 부사장은 “대기수요가 많고 공급은 제한적이라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학습 효과’가 일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며 규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임기 동안 서울 집값은 50% 넘게 뛰었다(KB국민은행). 익명을 원한 부동산컨설팅회사 대표는 “당시 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이번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 규제에도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을 두고 대책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내놓는다. 이달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됐지만, 강남 재건축 단지는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강남에서 대출 규제를 10%포인트 강화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대책 효과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정부 대책에 숨죽였던 시장이 잠시 회복하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나올 가계부채 종합대책이나 세법 개정, 추가 규제 카드 등의 수위에 따라 향후 시장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수익성 높지 않을 듯=예상치 못한 열기에 강남 재건축 투자를 바라보는 전문가 시각도 사뭇 달라졌다. 일부 아파트값은 이미 너무 올라 재건축을 통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거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42㎡ 시세는 10억5000만원 정도다. 이 아파트를 사서 재건축 후 84㎡를 배정받으려면 추가부담금 4억원을 포함해 총 14억5000만원이 든다. 3.3㎡당 4200만원대다. 이는 조합원 분양 신청 때 나온 일반분양 예정가(3.3㎡당 3850만원)를 크게 웃돌고, 현 시점 기준으로 예상되는 가격(3.3㎡당 4300만원 안팎)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거만큼 수익을 많이 내기 어려워진 셈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올 하반기 이후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 일반분양가를 기대만큼 받지 못하고, 추가부담금도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단기간에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추가 대책 카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수요자들은 ‘비이성적 과열’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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