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고검장 퇴임 “검찰 범죄집단처럼 손가락질...마음 무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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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서울고검장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대강당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재 서울고검장이 1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대강당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년에 걸친 검사 생활을 마치고 12일 퇴임한 박성재(54·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검장이 개혁 대상으로 몰린 검찰의 현 상황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후배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선임에 용퇴 #"검찰, 이기적 모습 버리고 국민 신뢰 얻어야" #동기 김희관 법무연수원장도 퇴임 예정

박 고검장은 이날 오전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검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그동안 열심히 해서 기여한 공은 어디 가버리고, 마치 범죄집단이 된 것처럼 손가락질받는 힘든 상황에서 떠나 마음이 가볍지 않다”며 “검찰이 개혁 대상이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일인지 깊이 고민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조직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아닌 국민을 위한 옳고 바른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임 검사 시절을 돌아보며 후배 검사, 수사관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박 고검장은 “나는 철없던 시절 인권 옹호보단 불의 척결이란 명목으로 사건의 실체를 찾는 데 더 흥미를 가진 검사였다. 여러분이 훌륭한 검사, 수사관이 돼 국민 신뢰와 사랑을 받는 검찰을 만들어주길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퇴임식 도중 기념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박성재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퇴임식 도중 기념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박성재 서울고검장 [연합뉴스]

그는 퇴임식 중 자신의 검찰 재직 당시를 담은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퇴임식 후엔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차량에 올랐다.

검찰에서 가장 기수가 높았던 박 고검장은 한 기수 후배인 문무일(56·18기)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7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당시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검찰을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못난 선배가 되고 말았다.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검사 본연의 임무”라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에선 새 총장이 취임하면 사법연수원 선배나 동기들은 조직을 떠나는 게 관행이었다. 동기인 김희관 법무연수원장(연수원 17기)도 박 고검장과 함께 사의를 표한 상태다. 현재 검찰에 남아있는 문 후보자의 동기는 오세인 광주고검장과 박민표 대검 강력부장, 김해수 대검 공판송무부장, 이명재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이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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