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강조한 ‘가야사’ 유적, 무허가 업체가 불법 정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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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동고분군. [사진 고령군]

지산동고분군. [사진 고령군]

경북 고령군의 고분(古墳) 정비 사업에 허가받지 않은 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받아 공사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적 제79호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앞서 文 대통령이 강조한 가야사 발굴 중심지 #경찰,무자격 업체 공사에 고령군청 압수수색

경북경찰청은 10일 고령군청 산림축산과에 18명의 수사관을 투입해 서류·공무원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고령군청 산림축산과 일부 직원들이 불법 하도급 과정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앞서 5월 25일 경찰은 고분 정비 사업을 낙찰받은 업체 3곳 관계자들을 문화재수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업체는 고령군으로부터 2015년 3,5,9월에 걸쳐 각각 사업을 낙찰 받았다. 사업비는 9억9000만원이다.

이후 이들 업체는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직접 작업을 하지 않고 무자격 업체 1곳에 작업 전반을 하도급한 혐의다. 무자격 업체 1곳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 업체가 어디인지는 수사상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업체와 공무원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면서 "주변 조경사업과 고분정비를 하도급을 줬는데, 고분정비 관련해서는 혐의가 입증된 상태"라고 말했다.

고분정비작업을 관할하는 고령군청 문화재과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고분 주변의 조경을 하도급 준 것에 대해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자격 업체가 고분 정비에 나선 정황이 드러나면서 가야 유적이 훼손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 업체가 정비사업을 맡은 고령 지산동 고분군은 국내 최초로 순장묘 왕릉이 발굴되며 1963년 1월 21일 사적 제79호로 지정된 곳이다. 704기의 무덤이 분포해 있다.

지산동 고분군 일대에선 가야시대의 삶을 보여주는 대량의 토기와 함께 금동관·갑옷 및 투구·긴칼·꾸미개류가 출토됐다. 2013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가야사 권위자인 주보돈(64)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이곳은 가야사의 핵심이 되는 지역"이라며 "무허가 업체에 하도급을 주면 자칫 중요 유적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판축(版築) 공법을 사용해 고분의 흙을 다져가면서 쌓는데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무자격 업체가 흙을 끌어 올려 형식만 갖추는 식으로 공사를 했다면 비가 오면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하나씩 심은 게 아니라 가발을 쓴 거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5~6세기 가야연맹 최대 판도. [사진 대교학습]

5~6세기 가야연맹 최대 판도. [사진 대교학습]

가야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연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은 영호남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과제로 꼭 포함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북의 고령· 경남 거창 등 영남권뿐만 아니라 전북 남원 전남 광양 등 17개 시·군은 ‘가야 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 협의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고령=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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