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조작 의혹 13일째 침묵, 안철수 입에 쏠린 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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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호 10면

이르면 오늘 검찰 수사 발표

이준서

이준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다. 검찰은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38·구속)씨가 조작을 지시했다고 지목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사를 이번 주말 마무리할 계획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대선 캠프를 이끌던 당 지도부가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8일 “이 전 최고위원이 이씨와 공모 관계에 있는지를 밝히는 이번 사건의 1차 조사가 어느 정도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명길 “수사 발표 당일 입장 낼 것” #결과 따라 당 지도부 소환 가능성

안철수 전 대표의 긴 침묵은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안 전 대표와 취재진의 숨바꼭질도 지난달 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과 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A아파트 꼭대기층 안 전 대표 자택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진 채 인기척이 없었다. 안 전 대표가 자택이 아닌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머물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뿐 핵심 당직자들조차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부산에 있는 지인 집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진행된 당 진상조사단의 대면조사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당내에선 안 전 대표의 입장이 하루빨리 나와야 사태가 수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속된 이씨와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최고위원이 대표적인 안철수계로 꼽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진심캠프 ‘자봉이(자원봉사자의 줄임말)’ 출신인 이씨는 2011년 KAIST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중 안 전 대표의 기업가 정신이란 과목을 들으며 사제의 연을 맺었다. 안풍을 몰고 온 희망콘서트 서포터로 활동하던 이씨는 2012년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꾸려진 진심캠프에 합류했다. 안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캠프가 해산된 다음에는 『66일-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에겐 ‘안철수 영입 1호’란 호칭이 따라다녔다.

잠행을 이어 가며 침묵하는 안 전 대표는 최근 당에 입장 발표 시점을 전달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전 대표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경우 당일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원래는 지난 월요일에 입장 표명을 하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안이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입장 표명을 하느냐. 사실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무조건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안 전 대표의 처신이 무책임·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는 “조작은 이유미 당원 혼자서 했을지 모르지만 그 의혹을 발표하고 관여했던 사람들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안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호남 민심이) 사납다.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데 무반응으로 있는 모습은 당은 물론 본인에게도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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