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도권 포격 땐 하루 30만 사상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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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의 포 공격만으로도 개전 첫날 수도권에서만 6만 명의 군 병력과 30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NYT,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보도 #북 야포 8600문, 방사포 5500여문 #미국서 핵시설 공격하면 대응 포격 #핵·생화학무기는 전면전 때만 쓸듯 #CSIS “3차원 체스같은 복잡한 게임”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노틸러스연구소의 보고서(2012년)를 기반으로 작성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관련 기사에서다.

NYT는 ‘국지적 정밀 타격도 최악의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에 대해 타격할 경우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 배치한 자주포·방사포 등으로 한국의 수도권에 대한 집중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라며 “북한군의 공격이 한국의 군사시설을 조준 공격한다면 몇 시간 내에 군인 3000여 명, 민간인을 겨냥할 경우 3만 명 가까이 사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전쟁 개시 첫날 북한이 포 공격을 지속한다면 수도권에서만 군인 최대 6만 명, 민간인을 타깃으로 한다면 30만 명이 희생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2016년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야포 8600여 문과 방사포 5500여 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수도권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방사포 5500여 문은 사거리가 최대 80㎞ 정도인 122㎜, 240㎜포다. 북한은 사거리를 최대 200㎞로 늘리고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영상유도장치인 감시경과 프로그램을 장착한 300㎜ 방사포도 이미 실전 배치했다. <중앙일보 6월 21일자 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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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위력을 과시하듯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3월 1일 인민군 회의에서 “감시경과 프로그램(영상유도장치) 기술이 도입된 방사포탄으로 남조선 전역의 1만 개 목표물을 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한이 전면적인 포 공격을 감행된다면 사상자 수가 30만 명을 훨씬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래식무기만으로 단 하루 만에 수십만 명이 희생된다는 얘기다. NYT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전쟁 발발시 한·미 연합군이 레이더로 북한의 포가 위치한 원점을 파악한 뒤 공습으로 궤멸시키는 대포병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가 이런 전략을 구사할 경우 개전 24시간 만에 북한 포 전력의 5분의 1 정도를 파괴할 수 있으며 3∼4일이 지나면 대부분의 북한 포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북한이 개발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던 탄도미사일의 사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 전문가인 조셉 버뮤데즈는 “방사포 등이 주력 무기가 될 경우 탄도미사일은 미군기지 등 한국과 일본의 주요 군사시설을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NYT는 북한이 공격을 받더라도 곧바로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손 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김정은이 미국의 가공할 ‘핵 보복’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이나 전면전이 아닌 경우 대량살상무기를 히든 카드로 남겨둘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북한의 막강한 재래식 화력으로 인해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공격을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면전으로 치닫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서니 코즈먼 연구원은 이를 “‘3차원 체스’와 같은 아주 복잡한 게임”이라고 비유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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