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현대차…세계 3대 시장 휘청이는데 '투쟁' 깃발 세운 노조

중앙일보

입력

5월 12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수출전용부두에서 수송을 기다리는 현대자동차.송봉근 기자

5월 12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수출전용부두에서 수송을 기다리는 현대자동차.송봉근 기자

비상상황이다. 일본-유럽연합(EU)의 경제협력협정(EPA) 체결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DD·사드) 체계에 따른 중국 정부 보복으로 인한 중국 판매 감소,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 여기에 노동조합의 파업 전망까지 더해져 현대자동차의 여름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대차의 가장 큰 고민은 판매량의 80%를 차지하는 수출의 부진이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수출은 185만35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수출을 끌어내린 주요인은 사드다.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42만8800대로 지난해보다 47% 급감했다. 외교적 해법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고착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34만6360대로 7.4% 감소했다. 경쟁사인 도요타와 닛산은 판매량을 각각 13.7%, 10.3% 늘렸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7.6%로 줄어들었다. 판매 모델의 노후화와 법인 영업을 축소한 영향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에는 부담이다. 미국은 올해 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이후 순차적으로 일본과 FTA 체결,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6일 유럽연합(EU)과 일본 간에 경제협력협정(EPA)이 사실상 타결돼서다. 일본과 EU 간에 EPA 체결로 관세가 철폐되면 한-EU FTA로 한국산 자동차가 갖고 있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 많이 팔리는 소형 해치백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강한 차종이다.

일본·EU EPA '원칙 합의'·6일 서명…'세계무역 30%' 경제권 탄생 [연합뉴스]

일본·EU EPA '원칙 합의'·6일 서명…'세계무역 30%' 경제권 탄생 [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1년 한-EU FTA 체결 이후 유럽의 일본 차 판매는 감소한 데 비해 한국은 판매량이 늘었다"며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과) 조건을 같게 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고, 일본 정부도 이에 맞춰 협상에 임했다"고 전했다.
무역협회는 7일 '일-EU EPA 타결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 관련 품목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대차 노조가 27일 부분파업에 돌입해 노조원들이 11시쯤 조기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30일까지 부분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27일 부분파업에 돌입해 노조원들이 11시쯤 조기 퇴근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30일까지 부분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20차 임금 단체협상 교섭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등 국내에서도 어려운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노조는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고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조정 기간에 노조가 수용할 만한 제시안을 현대차가 내놓는다면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기본급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퇴직자 복지센터 건립 등 노조는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어 타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노조도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의 제시안과 조정 여부와 관계없이 찬반 투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13~14일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인다. 지난해 찬반 투표에서는 파업이 76.54%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올해도 파업에 돌입하면 6년 연속이다. 올해는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까지 더해져 협상이 더욱 힘들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매년 노사 문제가 반복되는데 당장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노사가 서로의 주장만 하며 평행선을 달리다 경영난에 시달렸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윤정민 기자 neo3@joongang.co.kr

미국·중국 판매 부진…판매량 80% 수출 휘청 #일-EU '관세폐지' 한국 자동차 가격경쟁력 떨어질듯 #노조 "강경 투쟁" 6년 연속 파업 예고 #전문가 "노사 갈등에 어려웠던 미 GM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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