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한·미 정상회담 후 일정은 … 골골골골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LA·뉴욕 등에 19개 … ‘골프장 부자’ 트럼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9월 뉴욕 방문 기간 갑자기 골프를 즐기기 위해 인근 골프장에 들렀다가 거절당했다. 주말 골프장 예약이 거의 차 있었던 데다 경호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당시 “오바마가 지금 당장 사임한 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한다면 전 세계에 있는 내 코스 어디에서나 평생 공짜로 골프를 치게 해주겠다”고 트위터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호화 골프장 19개를 소유 또는 운영하고 있다. 오바마가 골프를 하려다 좌절된 뉴욕시 인근에만 5개의 명문 골프장을 가지고 있다. 플로리다의 부유층 주거지, LA,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에 코스를 갖고 있다. 다음 주엔 US여자오픈이 트럼프가 소유한 코스에서 열린다.

공동성명 발표도 전에 휴가 떠나 #US여자오픈 앞둔 베드민스터서 #한국 선수에 “너희 대통령 만나” #골프장 19개 → 5일에 1번꼴 방문 #타임지 가짜 표지 액자 걸어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자마자 홀연히 사라졌다. 공동 성명이 발표되기 전이어서 관계자들은 애를 태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으로 주말 휴가를 떠났다는 사실이 몇 시간 후 알려졌다.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음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은 뉴욕 인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다. [사진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홈페이지]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음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은 뉴욕 인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다. [사진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홈페이지]

관련기사

트럼프 대통령이 향한 곳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트럼프 소유의 이 골프장에서는 13일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이 열린다. 트럼프는 메이저 대회에 맞게 세팅된 자신의 코스에서 골프를 즐기기 위해 황급히 백악관을 떠난 것이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현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아마추어 성은정(18)의 가족은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주위에 경호원이 쫙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동안 라운드를 하더라. 연습장에서 봤는데 폼은 상당히 괜찮다. 연습 라운드 도중 은정이에게 다가와 ‘US여자 아마추어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 아니냐. 내가 당신 나라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음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은 뉴욕 인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다. [사진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홈페이지]

전 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운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음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은 뉴욕 인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다. [사진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홈페이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에도 백악관 인근 버지니아 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 갔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이후 5일 연속 골프장을 찾은 것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인 2015년 “오바마는 한 해에 250차례 라운드를 한다. 타이거 우즈 보다 골프를 많이 친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1년이 아닌 재임 6년여 동안 250회 라운드를 했다. 오바마가 우즈보다 라운드를 많이 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2015년 타이거 우즈(41·미국)는 허리 수술을 받은 이후 거의 필드에 나서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에 골프장 19개를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마이애미의 트럼프 도럴 등이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신이 소유한 리조트와 골프장을 너무 자주 찾는데다 홍보에도 적극적이어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공적인 행사에도 자신의 골프장을 이용해 개인 부동산을 홍보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사진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홈페이지]

트럼프는 공적인 행사에도 자신의 골프장을 이용해 개인 부동산을 홍보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사진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 홈페이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7년 2월 대통령에 취임한 뒤 자신 소유의 리조트와 골프장이나 호텔에 간 날이 50일이나 됐다. 이 가운데 골프장에만 간 날이 36일이다. 5일에 한 번꼴로 자신의 골프장에 갔다. 트럼프가 소유한 골프장이나 리조트를 찾지 않은 날은 117일이다.

트럼프가 소유한 일부 골프장의 레스토랑과, 프로샵 등에는 2009년 3월 1일자 타임지 표지를 담은 액자가 걸려있다. 표지의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 전방위에서 대성공, 심지어 TV에서도’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액자 안에 담겨있는 이 표지는 물론 실제 타임지의 표지가 아니다. 타임은 “2009년 타임지에 트럼프가 등장한 적이 없다. 가짜 표지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기간 인종차별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엔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대회를 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그가 당선된 이후엔 유야무야 되는 분위기다. LPGA의 가장 큰 대회인 US여자오픈이 다음 주 이 곳에서 열린다. 시니어 투어의 메이저 대회도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8월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트럼프 소유인 스코틀랜드의 턴베리 골프장에서 열렸다. 당시 대선주자였던 트럼프는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을 몇 바퀴 돌아본 뒤 골프장에 내렸다. 그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코스에서 열리는 최고의 대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떠벌렸다. LPGA 투어의 브리타니 린시컴(32·미국)은 “올해는 US여자오픈 골프장에 트럼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상금이 커서 선수들이 대회를 보이콧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US여자오픈에는 상금 500만 달러(약 58억원)가 걸려있다. 물론 크리스티 커(40)를 포함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선수들도 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