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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신동빈 독대 전날·당일 11차례 차명폰 통화"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한 지난해 3월 14일과 그 전날에 최순실씨와 차명폰으로 11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단독 면담 당일 날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에게 ”롯데와 (출연금 관련) 얘기가 다 됐으니 접촉해보라“고 지시했다.

독대 날 최씨, "롯데와 얘기 다 됐다" #검찰, "최·박 추가 출연 논의" 추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6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 회장의 재판에서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정 전 총장을 신문하며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 [중앙포토]

정현식 전 K스포츠 사무총장. [중앙포토]

검찰에 따르면 3월14일 오전 11시 30분쯤, 최씨는 정 전 총장에게 "이미 롯데그룹과 이야기가 다 됐으니 사람들을 만나 지원 협조를 구해보라"고 지시했다. 최씨가 언급한 이야기는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출연 건이었다. 이날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안가에서 비공개로 독대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기도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롯데로부터 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당일 저녁 롯데그룹 상무로부터 "사업과 관련해 듣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사흘 뒤 약속을 잡았다. 이후 소진세 사장 등을 만나 자금 지원을 논의하고 75억원 상당을 추가 지원 받기로 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을 면담하면서 하남 체육시설 건립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그 배경엔 최씨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롯데는 지난해 5월 말 70억원을 입금했다가 6월 초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 검찰은 같은해 6월 압수수색을 앞두고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 수석이 반환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자기 앞에서 메모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화를 냈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자기 앞에서 메모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화를 냈다"고 증언했다.[연합뉴스]

이날 정 전 총장에 앞서 증인신문을 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씨가 자기 앞에서 메모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화를 냈다”고 증언했다. 앞서 박 전 과장이 공개한 최씨의 비위를 담은 업무 수첩에 대해 최씨 측이 신빙성을 문제삼자 이같이 말했다. 박 전 과장은 지난달 30일 법정에 나와 이 수첩을 뉘늦게 공개한 데 대해 “처음부터 내놓으면 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땅에 파묻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박 전 과장을 직접 신문하면서 “하남 건은 고영태씨 등이 제시해서 좋은 뜻으로 한 건데 저를 공격하니 가슴이 막힌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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