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SK 구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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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형들 힘드신가요? 잘 하고 매일 이기던 형들이…. (중략)인천 사람들의 응원이 부족해서인가요? 형들이 기운이 빠지셨나봐요. 요즘 학원 가느라 야구장을 많이 못 갔는데 제가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가서 저의 우렁차고 큰 목소리로 형들 이름 부르면서 파이팅을 외칠 때면 형들은 다시 힘내서 우승을 향할 수 있겠죠? 저는 형들을 믿어요."

지난 14일 문학구장. SK와 두산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MBC 라디오의 유명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전날(13일) 방송 내용이 흘러나왔다. SK의 열렬한 팬이라는 심상훈(가정초등 6학년) 어린이가 보낸 사연이었다. 후반기 부진에 빠진 홈팀의 분발을 기도하는 꼬마 야구팬의 호소는 SK 선수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일부 선수는 민망한지 자리를 떴다. 그러나 전광판에 뜬 소년의 편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한 선수가 있었다. "SK 와이번스 파이팅"이라는 소년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방망이를 움켜쥐고 일어섰다.

SK의 4번타자 이호준(27.사진)이었다. 이호준은 첫 타석에서 잘 맞은 좌전안타에 이어 둘째 타석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쏘았다. 이호준의 연속경기 홈런 행진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호준은 14일부터 지난 19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더블헤더 1, 2차전까지 최근 여섯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다. 특히 19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0-3으로 뒤진 3회초 역전 만루홈런을 때리며 7연패 사슬을 끊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이호준은 20일 현재 1999년 삼성 이승엽과 스미스(7월 19~25일)가 동시에 세웠던 연속경기 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밖에 타점 4위, 장타율.득점 5위 등 공격부문에서 고루 상위권이다.

그러나 이호준의 꿈은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것이 주포인 그에게 거는 소년팬의 희망이기도 하다. 최근 다섯경기에서 무려 0.611의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이호준은 분명 SK의 후반기 운명을 좌우할 키 플레이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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