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대법관 후보 청문회, 가족 도덕성 논란…"살피지 못해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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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열린 조재연(61·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배우자의 음주운전과 자녀의 불법 조기유학 등이 문제가 됐다.

조 후보자 부인, 음주운전·세금 등 체납 집중 질타 #세 자녀 조기유학 18년간 학비만 10억원 들이기도 #"가족 제대로 못 챙겨 죄송" 거듭 자세 낮춰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 배우자의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여러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며 조 후보자의 배우자인 김모(59)씨가 과거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실을 거론했다.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의 음주운전이 지탄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송 의원의 물음에 조 후보자가 “음주운전은 고의적인 살인행위라고 보고 있다”고 말한 뒤다. 조 후보자는 “우리 사회 모두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가정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5일 열린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는 조재연 후보자  [연합뉴스]

5일 열린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는 조재연 후보자 [연합뉴스]

송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부인 김씨는 2005년 1기분 자동차세를 체납해 서울 서초구청으로부터 자동차를 압류당한 적이 있었다. 같은 해 9월에는 국민연금보험금을 체납해 국민연금관리공단 서대문은평지사로부터 자동차를 압류당하기도 했다. 김씨가 미납한 국민연금은 26개월 치 262만원이다. 조 후보자 측은 최근 이를 완납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2006년 1월 산재 및 고용보험료를 체납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차량이 압류됐고, 2007년에는 주정차위반 과태료를 체납해 서울 종로구청이 차를 압류하기도 했다. 2008년 올해에는 지방세를 체납해 서초구청이 두 차례 김씨의 차를 압류하기도 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높은 도덕성과 준법성이 필요하다”는 송 의원의 지적에 조 후보자는 “고위공직자가 우선 자기 가정부터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세 자녀가 불법으로 조기유학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의무교육인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해외 유학이 불가능한데도 조 후보자의 차녀와 삼녀가 조기 유학을 했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장녀는 1999년 중학교를 자퇴한 뒤 미국의 한 중학교에 입학했다. 차녀도 같은 시기 서울의 사립학교인 리라초등학교를 자퇴하고 장녀와 같은 학교에 입학했고, 삼녀는 2007년 초등학교 졸업 후 미국의 중학교로 유학했다. 곽 의원은 “세 자녀의 학비만 18년 간 1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전관예우 타파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 내겠다"

조 후보자는 “초등학생이 해외유학을 갈 수 없다는 규정은 제가 알지도 못했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무교육 규정이 (왜) 해외유학 원천 금지 조항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자녀들이 유학 중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가입돼 있던 것에 대해선 “불법이란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는 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재연 대법관 후보자는 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조 대법관은 자신이 대법관이 되면 전관예우 문제를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관예우가 전혀 없다고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4일)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는 “전관예우는 해보지도 않았고, 주변에서 받았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부정했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조 후보자는 “사법 불신 요인에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에 전관예우 의혹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적극적으로 타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대법관이 되면 제도 개선에 적극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을 마치고 퇴직한 뒤에는 “영리나 사익을 위한 변호사 생활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6일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법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이어 국회 본회의 인준 표결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확정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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