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한 달…정신질환자 대규모 퇴원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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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어렵게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났다. 정신의학계 등이 우려했던 대규모 퇴원과 같은 혼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을 어렵게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났다. 정신의학계 등이 우려했던 대규모 퇴원과 같은 혼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정신질환자 본인이 원치 않으면 강제입원이 어렵게 정신건강복지법을 바꿔 한 달여 시행한 결과, 일각에서 우려한 '정신질환자 대거 퇴원' 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법에선 정신의료기관·요양시설에 있기를 원하지 않는 환자는 본인인 의사에 반해 전문의의 결정으로 계속 병원에 있게 하는 것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정신질환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지난 5월 30일 시행됐다.

강제입원한 정신질환자 중 하루 227명 퇴원 #개정 법 시행 전보다 하루 25명 늘어 #환자 스스로 동의한 입원한 비율 38.9%→53.9% #"스스로 의사결정 해 입원하는 문화로 변화 시작"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정신의료기관 입·퇴원 현황 변화를 5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요양시설에 입원 혹은 입소해 있는 전체 환자는 6월 23일 기준 7만66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31일보다는 2665명, 시행 한 달 전인 4월 30일보다는 403명 줄었다.
법 시행 후 1개월 동안 강제입원 환자 중 하루 평균 227명이 퇴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전(하루 평균 202명)보다 하루에 25명이 늘어났다. 여기엔 강제입원해 있다가 본인의 의사가 바뀌어 스스로 다시 입원하는 이른바 '자의입원' 사례도 포함된다. 실제 병원을 나오는 환자는 하루 25명이 안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복지부 차전경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강제입원 환자는 전문의 2명이 퇴원 여부를 심사한다. 퇴원 시에 자해하거나 남에게 해를 입힐 위험성이 있다고 전문의가 모두 인정하면 강제입원이 유지된다.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위험성 있는 환자가 쉽게 퇴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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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 시행에 따라 강제입원 환자의 비율이 감소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입원 유형을 보면 전체 환자 중 스스로 계속 있기를 원하는 자의입원·입소 비율'이 53.9%였다. 지난해 말 35.6%, 지난 4월 기준 38.9%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강제입원 형태로 병원에 들어왔더라도 본인이 치료 필요성에 공감해 계속 병원에 있기를 희망하면 유형이 강제입원에서 자의입원으로 바뀐다. 이같은 비율 변화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병원에 있는 환자 비율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차 과장은 “자해·타해 위험이 없는 환자들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통해 입원치료를 받는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강제입원 비율이 선진국 수준인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 비율이 영국은 13.5%, 독일은 17% 수준이다.

복지부는 강제입원해 있다 퇴원하는 환자들이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도 개정 법 시행에 맞춰 확대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정신의료기관·요양시설의 퇴원ㆍ퇴소자를 위한 지역사회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인프라를 확대하고, 거처가 없는 퇴원자에게는 LH공사·도시공사와 연계해 주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보호자가 없어 입소 등 의사결정을 도와줄 필요가 있는 정신질환자 465명에게는 성년후견인을 선임하기로 했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발달장애인·치매노인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가정법원이 법정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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